‘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 요즘 영화인의 심정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한 말이 있을까. 4월 벚꽃이 만개한 완연한 봄이 왔건만 충무로에는 온통 우울한 소식뿐이다. 지난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로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가 현행 73일에서 단 하루도 늘릴 수 없게 됐다고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이 9개월 만에 처음으로 20%대로 떨어졌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CJ CGV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영화 점유율은 21.6%(서울 기준)에 그쳐 지난해 6월 이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20%대로 하락했다. 이는 2004년 12월 16.9%의 점유율을 기록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최근 6년 동안 한국영화 점유율은 평균 50%대를 유지했다. 이러한 자국영화 점유율은 인도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특히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60%를 넘어서기도 했다.
그런데 불과 3개월 만에 한국영화 점유율이 20%대로 떨어진 것이다. 지난달 새로 개봉한 한국영화가 한 편도 없었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계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영화시장이 양적으로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 지난해 제작된 한국영화는 110편(개봉작 108편)으로 전년 대비 26.4% 증가했지만 편당 평균 관객은 오히려 6.7% 감소했다. 이는 제작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영화시장의 수익구조 악화의 한 증거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영화가 거대 자본에 막강한 유통력을 갖춘 미국 할리우드 대작과 맞서는 것은 아직 역부족인 듯싶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FTA 타결을 전후로 미국영화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영화 ‘300’이 3월 극장가를 휩쓴 데 이어 다음달 1일에는 영화 역사상 최고의 제작비(3억달러)가 투입된 것으로 화제가 된 ‘스파이더맨3’가 미국보다 사흘 앞서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된다. 영화계가 안팎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어제 오후 문득 바라본 창가 너머로 얼마 전 문을 닫은 극장이 눈에 들어왔다. 낡은 대형 영화포스터가 그대로 걸려 있는 영화관의 모습을 보면서 불현듯 한국영화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김종윤차장·콘텐츠팀@전자신문, jy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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