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업]정경원 제4대 우정사업본부장

 “경영철학은?” “기본에 충실하자.”

“좌우명은?” “나보다 남을 배려하자.”

“가훈은?” “이웃에 베풀면서 살아가자.”

너무 쉽게 말하는 것 아닐까. 말로 하기에 쉽고 짧지만, 실천하기가 너무 어려울 것 같다. 기자도 `기본에 충실하자`는 독백을 쉽게 해볼 수 있었는데, 두 번째 질문인 `나보다 남을…`부터 머뭇거렸다.

12일 취임한 정경원 정보통신부 제4대 우정사업본부장(50)은 머뭇거리지 않았다. 그렇게 살아왔고, 살아가는 게 그렇다고 했다.

“비상대기 업무 세칙을 비롯한 우정 업무 매뉴얼이 잘 만들어졌다. 매뉴얼대로만 한다면 사고가 나지 않고 고객 불만도 없을 겁니다.”

기본에 충실하자는 얘기였다. 또 “공무원으로서 지킬 도리, 해서는 안 될 것, 마땅히 해야 할 것이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충청체신청장이 됐을 때(2004년 3월), 직원들 사이에서 젊은 청장(47세)이 왔으니 빠르고 새로운 것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던 걸로 압니다. 하지만 기본에 충실하라고 했고, 내실을 다지자고 독려했습니다.”

그의 기본에 충실한 경영철학은 “우정사업본부가 정부 조직이자 기업으로서 국민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고객(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내부 고객(직원)이 우정사업에 애착을 갖고 자긍심을 발휘할 때 외부 고객(국민)의 신뢰와 충성도가 높아져 우정사업본부 자립 기반을 다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대학졸업 전인 79년 행정고등고시(23회)에 합격했다. 이후 80년 5월부터 1년 동안 수습사무관 생활을 마친 뒤 군대에 갔다. 하지만 당시는 그는 행시 합격자에 주어지는 행정장교 특전을 포기하고, 사병으로 입대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밑바닥을 체험해보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이처럼 스스로 선택하고 체험해보는 자세가 `기본에 충실하자`는 경영철학의 깊이를 더한 모양이다. 정 본부장의 이 같은 자세는 “믿음과 신뢰가 통하는 사회, 질서가 통하는 사회를 구현할 수 있는 현장을 직접 체험하겠다”는 실천의지로 연결돼 집배원으로서 서울 빈민지역을 찾아가보고는 했다.

정 본부장은 또 ‘나보다 남을 배려하자’를 좌우명으로 삼아 힘든 일에 솔선수범하려 노력했는데, 그 사실을 직원들이 입증해줬다. 지난 2003년 6월 정통부 직장협의회가 뽑은 ‘같이 일하고 싶은 베스트 간부’였다.

그의 하루는 아침 7시 40분 ‘우편물류시스템 상황모니터링’으로 시작된다. 전국 22개 우편집중국을 대형 화면에 띄우고 우편물류 흐름을 실시간으로 주시한다. IT에 기반해 폐쇄회로TV까지 갖춘 종합상황실을 집무실로 끌어들여 교통, 기상정보까지 모니터한다.

“편지 중심인 집중국 체계를 소포, 택배 중심으로 바꿀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목포, 울산, 포항에 집중국을 추가해 모두 25개 우편집중국을 소포 물류처리 인프라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이런 체계를 갖추면 우편 차량이 광화문 우체국처럼 교통이 복잡한 곳에 들고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정 본부장은 지난 2005년 12월부터 우편사업단장(개방형 임용)을 맡아 다진 기반을 바탕으로 ‘우체국에서는 개인 고객, 집중국에서는 기업 고객에 집중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1일 우편 처리물량 3만개, 창고 보관능력 9만개에 달하는 ‘동서울소포물류센터’를 열어 ‘제3자물류(3PL)사업’ 터전을 마련했다. 대전교환센터에는 IT를 이용한 ‘우편물류 종합상황실’을 구축했다. 우편사업 자동화·정보화·물류대형화 체계를 앞장서 도입하고 활용한 것이다.

이 같은 경험과 능력에 힘입어 그는 우편사업단장을 맡은 지 불과 1년 4개월여 만에 고위공무원 가급(옛 1급) 상당 직위이자 4만여 직원의 수장인 우정사업본부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정 본부장은 “정부기관 서비스 고객만족도 8년 연속 1위에 이어 18년, 80년 연속 1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정통부가 다루던 ‘통신사업특별회계 우정사업부문’이 올해부터 우정사업본부로 완전히 넘어갔다. 우정사업본부 자율성이 강화되는 실질적인 변화다. 통신사업특별회계 우정사업부문을 △우편사업특별회계 △우체국예금특별회계로 분리해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한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앞으로 예산, 조직, 인사 등에도 자율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실제로 이달 말께 ‘보험사업단’을 새로 구성하고, 단장을 민간에서 공모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 본부장의 기본에 충실한 경영철학이 우정사업본부 숙원인 ‘우정청 승격’ ‘민영화’ 등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정경원 우정사업본부장 약력

 △제주 출생 △한양대 법과(80) △행정사무관(행시 23회) △체신부 제주우체국 지도과장(83) △대전세계박람회조직위 파견(92) △체신부 전산관리소 전산운용과장(94) △정통부장관 비서관(95) △정통부 정보정책과장(95) △〃 정보화지원과장(96) △〃 우정국 영업과장(98) △ 〃 기획관리실 기획예산담당관(99) △ 〃 정보기반심의관(2002) △충청체신청장(2004) △우정사업본부 우편사업단장(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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