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생태계의 포식자 `포털`](2부)경쟁력과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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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포털(Portal)은 토털(Total)로 불러야 한다.”

 김중태 마이엔진 이사(시만텍 웹 저자)의 이런 지적은 포털들이 사전적 의미인 ‘관문’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꼭 집은 말이다. ‘내 안에 다 있다’고 부르짖는 포털들은 이미 정보의 ‘바다’가 아닌 고인 물이 조금씩 썩어가는 ‘저수지’로 변질한 상태라는 비판이기도 하다.

 이쯤 되면 당연한 질문이 나올 법하다. 국내 포털의 정체성은 어디서 찾아야 하나. 주요 포털의 출발은 검색·카페·커뮤니티·쇼핑몰 등으로 출발점은 각각 달랐다. 사업확대,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 차원에서 각 포털의 지향점은 계속 변할 수 있고, 또 확대될 수 있다. 그러나 주요 포털이 엇비슷한 사업영역을 영위하면서 전혀 차별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더군다나 이런 결과는 궁극적으로 전문 사이트를 운영하는 인터넷 업체가 시장에서 뿌리를 내리기 힘든 구조를 고착화시킨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 크다.

 특히 각 포털의 현주소를 살펴보면 각 사이트가 내세우는 경쟁력의 취약점도 알 수 있다. 일례로 트래픽 분석을 통해 사이트 순위를 매기는 ‘알렉사닷컴(www.alexa.com)’의 분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달 말 기준 알렉사닷컴에서 국내 사이트 중 트래픽 기준 랭킹 4위는 ‘네이버·다음·야후·네이트’ 순으로 기록됐다.

 알렉사닷컴에서 해당 사이트별로 이용자들의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Where people go on XXX.com) 1등 사이트인 네이버는 ‘검색’ 트래픽이 22%를 차지하며 네이버가 제공하는 서비스 중 가장 많이 이용하는 분야로 나온다. 일면 ‘통합 검색과 디렉터리·웹페이지·해외사이트·멀티미디어·뉴스 검색을 지원하는 검색 포털’이라는 소개에 걸맞다. 그러나 뒤를 이어 19%를 차지한 것은 엉뚱하게도 ‘Jr.naver.com’이다. 즉, 14세 미만 초등학생들이 이용하는 ‘주니어 네이버’가 네이버의 또 다른 핵심 이용처라는 사실이다. 트래픽 16%로 3위는 뉴스검색이 차지했다.

 다음 역시 의미심장한 분석 결과가 나온다. 다음의 트래픽은 31%가 ‘미디어’, 13%가 ‘검색’ 순으로 나타났다. 다음의 간판 이미지였던 카페는 8%로, 메일 이용보다(7%) 겨우 1% 앞서는 정도다. 이용자 트래픽 분석만으로 볼 때 다음의 현재 뿌리는 카페가 아닌 ‘미디어’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야후, 구글 등 외국계 포털의 트래픽 현황은 국내 포털과 대비된다.

 야후의 경우 메일 이용 트래픽은 50%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이용 현황을 보였다. 대신 검색은 11%를 차지, 검색 시장에서 야후 명성이 현저히 떨어졌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구글은 66%의 트래픽이 검색을 차지했다. 10%가 구글메일, 9%가 이미지 검색을 차지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1위 포털 네이버의 검색 트래픽이 22%인 데 비해 70%에 달하는 구글의 검색 트래픽은 두 사이트의 정체성을 비교할 수 있는 지표다.

 네이트닷컴은 ‘싸이월드’ 이용 트래픽이 76%에 달했다. 사이트 성격으로만 볼 때 네이버나 다음보다 훨씬 명확하다. 전문 포털인 판도라TV의 경우 ‘판도라TV’가 53%, ‘검색판도라’가 37%를 차지해 이 사이트 역시 UCC서비스 사업자로서 분명한 정체성을 보인다.

 인터넷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대표 포털인 네이버의 주이용 트래픽이 어린이 사이트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어찌 해석해야 하냐”고 반문한다. 국내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해외 사이트는 각 사이트의 최고 강점인 서비스 이용 트래픽에 절대적인 이용이 집중되는 현상을 보이는 반면 네이버·다음·엠파스 등 국내 주요 포털은 각 사이트가 내세우는 핵심 서비스의 이용 수준도 낮거니와 뒷순위를 차지한 기타 서비스 이용 트래픽도 4∼7%로 고르게 분포해 해당 사이트 특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웹2.0의 새로운 패러다임, 위기일까 기회일까 

 요즘 인터넷에선 웹2.0을 빼놓으면 얘기가 안 된다. 더불어 ‘개방·소통·공유’로 대변되는 웹2.0이 현재 대형 포털 위주로 형성돼 있는 국내 인터넷 흐름을 변화시킬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런 상황에서 “웹2.0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인터넷 패러다임에서는 전문화된 지식과 정보 이용 구조로 이용 패턴이 바뀔 수밖에 없다. 천편일률적으로 모든 것을 제공하는 종합 포털 형태의 국내 인터넷 산업 전체적으로 경쟁력이 위협받을 가능성도 크다”는 전문가의 견해는 곱씹어볼 만하다.

 한마디로 현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포털이 위기에 봉착할 것이란 주장이다. 사실 구글에 대한 주목이나 위기의식은 비단 그들이 제공하는 검색능력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구글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기 위해 그들이 집중하고 있는 기술 및 플랫폼 전략이야말로 웹2.0을 정확히 수용하고 있고,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형태로 밀려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만텍 웹 저자인 김중태 마이엔진 이사는 “구글에는 인터넷 창시자는 물론이고 자바, 리눅스, C언어의 대가 등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분야별 엔지니어는 다 모여 있다”고 말한다. 네이버가 ‘편집’으로 승부를 겨루기 위해 갖추고 있는 인프라와는 다른 접근이라는 것이다. 김경익 판도라TV 사장도 “유튜브를 인수한 구글은 콘텐츠 업체를 인수한 게 아니라 UCC 서비스를 위한 플랫폼을 인수한 것”이라며 “구글은 웹2.0 기반의 서비스를 위한 플랫폼 전략을 견고히 갖춰 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업계에는 네이버가 여러모로 구글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사 채용을 통한 조직문화는 물론이고 50만대에 이르는 서버 팜, 자체 검색용 OS 등 구글이 보유한 IT인프라야말로 주요 분석 대상이다.

 국책연구소 한 관계자는 “한국어라는 언어의 특성이 ‘대한민국 포털’을 가능하게 했지만 인터넷 정보가 데이터가 아닌 동영상·멀티미디어로 흘러가는 시점에서 언어의 장벽은 깨질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구글의 비즈니스 모델은 네트워크를 통해 검색소프트웨어가 전달되는, 그래서 개인 PC에 새로운 플랫폼이 생기는 기술 진화에 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한 것”이라며 “구글의 검색 능력은 단순 방대한 정보를 링크하는 의미가 아닌 가장 체계화된 논리구조를 바탕으로 이후 도래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구글 vs 네이버·다음, 검색 진검승부

 심층적 정보는 구글이, 간단한 지식은 네이버·다음 등 국내 포털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 탐사기획팀이 남기찬 서강대 교수(경영학)와 함께 전자상거래 과목 수강생 20여명을 대상으로 네이버·다음·구글(영어판) 등 국내외 주요 포털에 대한 이용자들의 의견을 조사한 결과, 실험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정보량 부문에서는 구글이 뛰어난 데 비해 소비자 편의성에는 국내 포털이 우수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구글은 외부의 정보로 연결해주고 네이버·다음은 자체 편집한 내용 위주로 전해주기 때문이다.

 ◇전문성은 구글이 우위=지역 정보 검색의 경우 구글은 해당 관광청 등을 직접 연결, 여행에 필요한 실질 정보를 제공했다. 네이버·다음은 블로그·뉴스 등의 정보 등을 중심으로 정보를 제공했다. 구글의 정보는 교통편, 음식점 등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했지만, 국내 포털은 직접적인 여행 정보보다는 문화 등 교양 정보 위주로 편성됐다.

 학술 검색의 경우는 구글이 전문 사이트와의 연결을 통해 논문 등에 대한 접근이 용이한 반면, 네이버·다음은 백과사전·블로그·대학생 리포트 등 개괄적인 정보제공에 그쳤다.

 ◇인물 정보는 국내 포털이 강세=60년대 여성 국회의원 등 개인 신상에 대한 검색에서는 네이버·다음이 해당 정보를 바로 제시했지만, 구글은 몇 번의 연결을 통해야 했고 구체적인 개인 정보도 찾기 어려웠다. 원서희(서강대 영미어문학과)씨는 “구글은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했고 국내 포털은 의원 개인에 대한 정보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야구 메이저리그의 한국인 선수 및 일본인 선수, 라스베이거스 출신 연예인 및 남원 출신 연예인 등의 검색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키워드 알 때는 구글, 모호하면 국내 포털=비교적 정확하고 여러 가지 키워드를 동시에 제시하는 상황에서는 구글이 원하는 정보를 바로 제공해주는 장점이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너무 많은 정보를 제공 이용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이에 비해 네이버·다음 등은 소비자가 흔하게 찾는 정보를 편집해 제공함으로써 검색어 상황이 모호할 때 유리했다. 그러나 국내 포털은 키워드를 조금만 바꿔도 상이한 결과가 나타났다.

 윤희성씨(경제학과)는 “(대전 국립묘지 검색시) 국립대전현충원으로 하면 사이트가 나오지 않아, 다른 키워드를 통해 여러 번 검색해야 했다”고 말했다. 국내 포털 중에서도 네이버는 블로그 등에 정보가 많았으며, 다음은 주로 뉴스 검색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어떻게 조사했나=서강대학 3, 4학년생 20명을 2인 1조씩 10조로 나누고 여행·인물·스포츠·정치·경제 등 14개 범주로 나눠진 상황을 제시하고 검색을 하고 토론을 하도록 했다. 영어권 정보는 영어판 구글에서 영어로, 국내 정보는 우리말로 네이버·다음에서 찾도록 했다. 키워드는 피실험자가 직접 추출하고 인터넷상에서 검색한 결과를 기록하고 사용자 입장에서 평가를 했다. 조사된 기록지 및 심층 면접자료를 유형별로 분류해 이 같은 특징들을 추출했다. 클릭 수 및 시간 등 조사 대상의 크기가 작아 분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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