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의 2600여 임직원에게는 잊을 수 없는 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그동안 마련한 기업구조개선안을 바탕으로 팬택계열사들을 워크아웃(채권단 공동 관리)을 통해 회생시킬지 판가름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물론 제2금융기관과 개인 등 일부 채권자가 서면동의서를 마감하는 날짜(30일)를 연기해 달라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어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 제1금융권이 워크아웃에 동의하기로 결의하면서 사실상 대세는 잡힌 분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의 회생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낙관하기 어렵다. 가장 큰 이유는 이해관계자들 간 의견이 여전히 엇갈리기 때문이다. 주주로서는 20:1, 30:1 감자라는 큰 희생을 치러야 하고, 채권단은 받아야 할 돈을 회생 여부가 확실치 않은 회사의 주식으로 바꿔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곧바로 파산을 결정하기도 어렵다. 파산을 하면 말그대로 주주나 채권단 모두 손에 쥘 것이 없는 상황이다. 제1금융권이 워크아웃 결의를 1주일이나 늦춰 발표한 것도, 제2금융권이 전원 참석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기 어려운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러나 여기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주주나 채권자들의 실익도 중요하지만 팬택 임직원들의 미래와 향후 산업에 미칠 영향들도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팬택은 2004년 연간 2조원에 이르는 휴대폰을 세계 시장에 판매하면서 ‘IT코리아’의 이름을 만천하에 알리는 주역 중 하나였다. 중소 제조자개발방식(ODM)업체, 부품협력업체 등과 손을 잡고 해외에 진출해 ‘글로벌 팬택’을 일구면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집중했던 노력은 인정해줘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팬택 같은 벤처기업이 모두 무너진 한국의 휴대폰 산업에 대해서 실제 경쟁사 관계자들도 우려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한 임원은 “중소벤처기업이 모두 사라지고 삼성과 LG가 시장을 양분하는 것이 삼성전자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중견·중소기업이 존재할 때 선의의 경쟁을 통해 기업은 발전하고 소비자도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노키아·모토로라·소니에릭슨을 상대하느라 힘이 부칠 때 게릴라 작전으로 상승 효과를 가져다줄 ‘벤처 팬택’이 아쉽다.
정지연기자·퍼스널팀@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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