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다국적 IT기업 `파트너`로 윈윈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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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로라를 비롯한 다국적 IT기업이 한국에 진출한 지 올해로 40년, 사람 나이로는 중년에 접어들었다. 40대면 가장 명철하면서도 활력이 넘치는 시기다. 지난 40년간 다국적 IT기업이 한국에 머물며 단순히 비즈니스만 해온 것은 아니다. 선진자본을 들여와 앞선 기술을 전수하고 수출에 기여하는 한편, 한국 투자를 유치하는 데에도 힘을 기울여왔다. 무엇보다 고용을 창출하고 오늘날 한국의 IT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핵심 인력들을 배출해온 것이야말로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다국적 IT기업의 직·간접적인 경제기여도는 간과되고 투자여부와 그 규모만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일이 많아 아쉽다. 경제의 큰 흐름 속에서 경제 구성원으로서 그 기업이 장기적으로 어떤 공헌을 하는지 고려돼야 한다.

 한국은 외국기업이 일하기에 편한 시장은 아니다. 한국에 대한 FDI(Foreign Direct Investment) 유입은 국내총생산의 8%로 세계 평균 22.7%에 훨씬 못 미친다. 전 세계 FDI 유입액(2005년 기준, 9163억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면 0.8%로 중국의 10분의 1, 경제규모가 우리보다 훨씬 작은 홍콩, 싱가포르와 비교해도 각각 5분의 1과 3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외국기업이 한국에서 일하기 어려운 이유로는 각종 간섭과 규제, 노사문제 빈발, 높은 땅값과 임금, 경쟁국에 비해 낮은 세제 혜택 등이 꼽히지만, 무엇보다 자국기업과 외국기업을 구분짓는 성향이 강하고, 국내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외국기업을 바라보는 눈이 곱지 못하다는 부분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다국적 IT기업은 한국을 비즈니스 파트너로 삼고 한국의 IT 발전과 그 역사를 함께 하고 있다.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과 인적자원, 앞선 인프라 그리고 신기술과 트렌드에 민감한 앞선 시장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IT산업이 성장한계에 봉착했다는 한국은행의 발표와 더불어 거품론과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는 시점에서, 혹시라도 다국적 IT기업에 대한 경계와 배제가 거세지지는 않을지 우려가 된다. IT를 중심으로 한국 경제가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해서는 한국사회와 정부, 외국기업이 삼위일체가 돼 더 분발해야 한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다국적 IT기업을 단순히 경쟁자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파트너로 인정하고 협력할 것을 제안한다.

 첫째, 국민이 외국기업에 대한 막연한 반감을 버리고 우리 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파트너로 인정할 수 있도록 국내기업을 포함한 각계각층이 노력해야 한다.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다국적 IT기업은 본사의 한국 투자를 이끌어내고 연구소를 세우는 한편, 전문인력을 고용 및 배출하는 등 한국 IT와 경제 발전을 위한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다국적 IT기업을 통해 한국기업이 세계 무대에 소개돼 진출한 사례도 있다. 외국기업도 명실상부한 한국 경제의 일원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둘째, 정부는 외국 기업의 투자와 활동을 저해하는 불안요인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주어야 한다. 최근 중국이 많은 외자 투자를 유치한 것은 저렴한 비용이나 시장의 잠재력도 있지만, 정부가 직접 나서 투자불안 요인을 점검하고 해결에 나선 까닭도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투자유치 조건에 불리한 점이 많은만큼, 관계당국이 나서서 신뢰감을 더해 주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 IT기업은 투자를 유치하거나 기술을 전수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뿐 아니라, 기업 시민 역할로 대한민국 사회 전체에 기여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그 혜택이 피부로 느껴질 때에야 비로소 한국 사회는 다국적 IT기업을 동반자로 인정해줄 것이다.

 협력이란 상대방이 먼저 어떤 것을 줄 수 있는지를 요구하기보다, 자신이 먼저 어떤 것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줄 때 가능해진다. 다국적 IT기업이 앞으로 한국 사회와 경제·기술 발전에 더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시너지를 내어 다 함께 최대의 성과를 누리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길현창 모토로라코리아 대표 A17024@motoro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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