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청주공장 건설 전격 발표 배경은
‘빠른 결정이 경쟁력이다’
하이닉스반도체가 지난 23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300㎜팹 제1차 공장(M11 팹)을 청주에 건설키로 했다고 전격 발표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투자는 200㎜ 팹을 300㎜로 개조한 기존 M10 팹과 달리 국내에는 최초로 지어지는 신규 300㎜ 팹이라는 상징성과 향후 투자 로드맵의 근간이 되기 때문에, 당초에는 김종갑 사장 내정자가 공식 취임한 이후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런데도 하이닉스는 이날 충북 청주산업단지내 삼익 공장부지를 매입하고, 이르면 다음달 착공식을 갖는다는 발빠른 로드맵까지 밝혀 ‘이천→청주→제3지역’ 등으로 오락가락 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에대해 하이닉스반도체 한 고위임원은 “이번 결정은 내부적으로 설왕설래도 있었으나 현황을 브리핑 받은 김종갑 사장 내정자가 ‘1분 1초가 급하다’는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추진을 독려하면서 이뤄졌다”며 “내정자 신분이라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신임 사장의 첫 작품이다”고 전했다.
이달 30일 취임할 하이닉스 김종갑호의 색채는 이번 투자 결정으로 어느정도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장기간 채권단 관리 하에 운영됐던 하이닉스는 많은 산적한 숙제를 안고 있지만 까다로운 의사결정 구조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김종갑 사장은 ‘빠른 결정을 통한 경쟁력 제고’로 이를 극복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종갑 사장은 2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첨단산업인 반도체는 그 특성상 미래를 예측하고 한 발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가 미적거릴 시간에 경쟁사들은 도망가고 쫒아온다”는 표현을 빌어, 쾌항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임을 시사했다.
더욱이 하이닉스는 23일 발표에서는 드러내놓지 않았지만, 1공장을 M11 팹과 M12 팹이 두개 층으로 가동되는 300㎜ 복층팹 형태로 건설해 생산캐파를 빠르게 확대함으로써 투자 지연에 따른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결정도 내려 놓은 상태다.
복층팹 건설에는 6조∼7조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1차 공장을 처음부터 복층팹으로 설계해 건설할 경우, 건축비용을 포함한 부대비용을 20% 이상 절감할 수 있을 뿐아니라 2차 부지 선정을 위한 시간도 벌 수 있는 1석 2조의 효과가 있다.
이에 대해 하이닉스 고위임원은 “기본적으로 반도체회사는 최소한 3년 이상의 중장기 계획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2차, 3차 부지가 빠르게 결정되야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무시할 수 없다”며 “일단 복층팹으로 11라인과 12라인을 건설한 뒤, 시간을 두고 하이닉스도 삼성전자처럼 10년 이상의 미래 로드맵을 세워 나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