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과학기술과 우리의 미래

Photo Image

올해는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는 기념비적인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뒷심이 약해서 오랜 기간 동안 1만달러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고생하다가 드디어 2만달러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는 감회가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남다르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참으로 많은 사람이 피땀을 흘리며 노력했다. 물론 주역은 산업계에 종사하는 기업인과 근로자지만 학계·연구계·관계 등 다양한 방면의 숨은 그림자들이 그 뒤를 받쳐 주었다. 특히 과학기술인은 우리의 낙후된 과학기술을 끌어올리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개발에 몰두했다. 그 결과 이제는 우리도 제법 과학기술 인프라와 실력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지금 우리의 수준은 스스로 우리의 것을 만들어 볼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 지금까지는 남의 것을 열심히 보고 베끼고 조금 고치고 해서 물건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우리 과학기술을 토대로 우리만의 것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생겼다. 그 역량을 토대로 열정과 다시 한번의 노력으로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야 한다. 국민소득 3만달러, 더 나아가 4만달러 시대로 가려면 그에 걸맞은 물건을 만들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재도약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기술 발전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정보·생명·신소재·나노 등 새로운 거대 기술이 결합하면서 기술의 지도, 더 나아가 산업과 경제의 지도를 바꾸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익히지 못하는 나라는 지구촌의 귀퉁이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참여정부가 ‘과학기술 중심사회’를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은 일종의 생존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국가 차원에서 이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화두로 등장할 것이다.

 우리가 질 좋은 성장, 고용을 창출하는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신기술을 국가 생산체계로 흡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신기술이 새로운 생산자원으로서 활용될 때만이 신기술 도입 효과가 최대한 발휘된다. 따라서 소비재 부문을 넘어서 생산재 부문까지 신기술이 전파되도록 해야 한다. 또 제조업은 물론이고 농어업과 서비스업에서도 신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을 과학기술이 뒷받침한다면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서비스업의 낮은 생산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동시에 국내 차원에 머무르고 있는 서비스업의 해외 진출도 가능해질 것이다.

 우리는 흔히 우리의 미래가 자라나는 어린 새싹에 있으며 이를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임에 틀림이 없다. 100년 후를 내다보고 교육을 한다면 100년 후의 사회를 준비하며 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는 과학기술의 100년 후를 내다보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역량이 과연 우리에게 있는 것일까?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과학기술 정신이 형성될 수 있도록 가르치기나 하는 것일까? 지금 학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실 속에서 과연 우리의 과학기술은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일까? 과학기술이 사회의 한 축으로 미래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 현실에서 벗어나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역사적인 안목에서 장기적으로 미래의 꿈나무를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인에게는 소명이 있다. 세계 그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과학기술 강국을 만드는 것이 그 하나다. 과학기술의 횃불이 수정같이 맑은 우리 사회를 감싸고, 또 진리를 탐구하는 과학과 삶을 지향하는 기술이 손을 맞잡고 미래사회를 향해 도전의 용틀임을 시작하는, 역동적인 도약의 시대를 만들어보자.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역사의 수레바퀴는 과학기술에 대해 이전보다 막중한 역할을 요구하고 있고, 그 역할을 우리 과학기술인이 힘을 모아 성취해 나가야 한다. 무한 경쟁 시대에서 살아남는 것은 과학기술인들이 어떻게 하는가에 달려 있다.

◆김선화 대통령 정보과학기술보좌관 seonhwa@president.g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