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업]한미숙 이노비즈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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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숙 중소기업협회장은 “이노비즈협회는 아직은 마이너 단체에 불과하지만 잠재력은 무한하다. 앞으로 이노비즈 업계의 대변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며 의지를 밝혔다.

 ‘총대를 멘다’란 말이 있다. 아주 힘든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대신해 일을 맡는다는 뜻이리라. 위기 상황에서 그것도 남성의 총대를 멘 여성이 있다.

 바로 한미숙 중소기업기술혁신(이노비즈)협회 신임회장(45)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작년 8월이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이노비즈협회를 지휘하던 이재영 당시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갑작스럽게 사임했다. 워낙 상태가 안 좋아 임원진과 논의도 못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협회는 연중 최대 행사인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을 코앞에 둔 상태였다. 이때 한미숙 수석부회장이 총대를 멨다. 그가 당시를 회고했다.

 “사임했다는 말을 듣고 처음에는 막막했습니다. 전임 회장이 워낙 꼼꼼히 챙겨왔기 때문에 수석부회장이라도 역할이 많지 않았었거든요. 하지만 지금 누군가가 해결하지 않으면 행사는 둘째치고 협회가 와해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즉시 3명의 부회장과의 자리를 마련했다. 늦기 전에 회장대행을 뽑아 사무국을 안정시키고 행사를 계획대로 치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한미숙 수석부회장이 회장대행을 맡게 됐다. 물론 주요 임원진의 적극적인 찬성이 뒷받침됐다. 당시 한 부회장이 회장대행을 맡는 과정을 지켜본 한 회원사 대표는 “누구도 적극 나서지 않아 뜻밖의 인물이 나타나 협회를 좌지우지하지 않을까 우려가 많았다”며 “다행히 한 부회장이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으로 흔들리던 협회를 잘 추슬렀다”고 말했다.

 이는 한 부회장이 정식으로 3대 회장에 선출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는 지난달 13일 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돼 정식 취임했다.

 한 회장을 처음 보는 사람은 ‘총대’ ‘난관 극복’ ‘진두 지휘’와 같은 남성스러운(?) 단어들이 결코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히려 최염순 카네기연구소 소장이 지어줬다는 ‘한국의 미를 전하는 숙녀(한·미·숙의 이니셜을 딴 삼행시)’라는 애칭이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하지만 그는 애칭을 즐겁게 받아들이면서도 결코 부드러운 모습만이 전부가 아님을 강조한다. 그리고 “강인함과 온화함은 정말 한 끗 차이”라는 재미있는 말을 던졌다.

 그리 화려하지 않은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노력파다. 한 회장은 한 지방대학 전산과를 나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계약직 사원으로 입사해 14년간 재직했으며 그때 익힌 기술을 바탕으로 2000년 창업했다. 한 회장은 자신의 이름을 인용해 “‘나는 미숙한 사람이다’고 혼자 되뇌곤 한다”며 “그래서 항상 배우려 하고 겸손하고 그리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여성으로 여성단체가 아닌 남성기업 중심의 단체장을 맡은 소감을 물었다. 솔직히 40대 중반이라는 많지 않은 나이로 대다수가 남성이고 그것도 연장자인 임원진을 잘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현재 40명의 이노비즈협회 이사진 가운데 80% 이상인 33명이 남성이다. 그는 이 같은 질문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며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었다.

 “제가 7남2녀 중 막내입니다. 오빠들 속에서 커왔죠. 그래서 남성들과 대화하는 게 편합니다. 제가 회장대행 및 회장에 추대될 때도 남성임원들의 지지가 더 컸습니다.”

 그러면서도 여성 중심의 협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마음 속에 담고 있었다. 한 회장은 “아무래도 성이 다르면 괴리감은 피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오해를 사전에 막기 위해 여성 임원들에게 양해를 당부했다”고 말했다.

 회원사의 단합에 대해서는 더욱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는 그의 지인 말을 들으면 더욱 와닿는다. 협회 이사인 최옥헌 애듀미디어 사장의 말이다.

 “한미숙 회장이 부회장 시절 1박2일로 근교 펜션으로 워크숍을 갔었습니다. 당시 리더로서 분위기를 압도하던 그가 막상 식사시간이 되자 제일 먼저 주방으로 달려가 음식을 하고 잔일을 도맡아 하는 것이었습니다. 공적인 자리에서는 책임을 다하면서도 사적인 자리에서는 후배고 동생으로 확 바뀌었죠. 모든 임원이 한 회장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회장 취임에 앞서 이미 산자부 산업기술평가원 외부평가단 위원, 국무조정실 인적자원개발 연구기획단 연구위원, 중소기업청 중소기업기술혁신추진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는 한 회장은 협회가 업계의 대변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노비즈협회는 아직은 마이너 단체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잠재력은 무한합니다. 정부에서도 이노비즈 인증 기업들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큰 것이 사실이고요. 그래서 지금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노비즈 기업들이 성장·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이 있을 것이고 그것을 찾을 것입니다. 또 문제점이 발견되면 수정해 나가겠습니다.”

 그는 또한 ‘벤처’와 달리 이노비즈에 대한 조명이 부족하다고 강조하며 “경제기관에 의뢰해 이노비즈업계가 창출하는 일자리 및 경제기여도를 파악할 것이며 이를 적극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회장은 자신이 ‘냄비’가 아닌 ‘가마솥’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누군가 ‘여우같다’란 말을 했다는 소리를 전해 듣고는 정말 자신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정색했다. 그리고 “가마솥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펄펄 끓는 모습을 보이겠다”며 꾸준히 지켜봐 줄 것을 당부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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