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을 위하여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은 지난해 고유가, 고환율 등의 어려운 여건에서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총 269억달러 규모의 수출을 달성,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 3260억달러 중에서 단일산업으로 7.9%에 해당하는 큰 비중을 차지했다. 디스플레이 관련 수출액은 2003년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한 이후 매년 평균 30%가 넘는 고도성장을 하는 산업으로 자리를 잡고 있으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회사도 속속 탄생해 이 산업에 종사하는 모두의 의욕을 고취시키고 있다.

 그러나 판가하락과 높은 원화 환율의 이중고 때문에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모듈·부품 회사가 고전을 겪고 있는 반면에 디스플레이 종주국을 자처하는 일본이 약진하고 대만·중국 등의 맹추격도 거세 결코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하루빨리 디스플레이 산업의 국가 경쟁력을 회복하고, 지속적 성장 능력을 갖추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디스플레이 관련 국가 R&D사업에서의 문제점을 몇 가지 짚어보려고 한다.

 첫째, 디스플레이 관련 개발 사업 종류가 너무 많고 분산돼 있다. 신 성장동력사업, 프런티어사업, 부품소재사업, 중기 거점사업 등 주요사업만 해도 너댓개며, 사업 수가 많다 보니 사업 간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못하고 목표 설정은 분산되고 지엽적이며, 관리가 잘 되기 어렵다.

 둘째, 국가 연구개발 사업의 목표 설정이 잘못돼 있다. 양산에 필요한 기술은 국가보다 먼저 기업이 막대한 연구비와 인력을 들여 생사를 걸고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에 필요하지만 개발기간이 너무 오래 걸리거나, 위험 부담이 큰 기초·원천 기술까지 기업이 모두 개발하기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국가 연구개발 사업은 기업과 상호 보완적으로 꼭 필요하지만 기업이 직접 개발하지 못하는 기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고급 연구인력 배양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실에서 경험을 쌓고, 연구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투고도 해 보고,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대회에서 외국어로 발표해 본 경험이 있는 인력을 국내 대학에서 배출할 수 있다면,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국내 기업체의 수고를 크게 덜어줄 것이다.

 이는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연구집단 양성의 필요성을 의미한다. 기업이 당연히 수행하려고 하거나 심지어 수행하고 있는 연구를 국가사업의 목표로 삼아 기업을 등에 업고 100% 연구목표 달성을 자랑하는 사업 행태는 연구 윤리에 어긋나며, 이제 더는 허용돼서는 안 된다.

 셋째, 더욱 심각한 문제는 디스플레이 관련 국가 R&D사업을 주관하는 정부부처·수행기관 및 관리기관에서 일부 과제의 연구 책임자 선정과 관리를 공정하게 하지 못하는 것이다. 실력보다는 학연·지연·혈연 등을 앞세운 비전문가가 주요 사업의 책임자가 돼 일고의 가치도 없는 연구결과를 낸답시고 아까운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현실은 많은 해당 분야 전문가를 분노케 하고 있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은 진짜로 연구비가 필요한 실력 있는 집단의 연구 기회와 이로부터 배출되는 인력 양성의 기회를 빼앗아갈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디스플레이 분야의 지속적인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는 등 엄청난 해악을 끼치고 있다. 개발 계획 수립부터, 연구 책임자 선정·성과 평가까지 전 과정이 투명하면서 공정하게, 해당 분야 전문가들에 의해 진행될 수 있도록 제도 정비와 관계자의 의식 개조가 시급해 보인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계는 올해도 판가 하락, 높은 환율, 높은 임금 수준, 기초·원천 기술 부족 등으로 위기의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어려울 때일수록 차세대 신기술 개발과 고급 인력 배양을 더욱 확실히 추진해 미래의 기회를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디스플레이 분야의 현 국가 R&D 체계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고쳐나갈 것을 관계자들에게 요청하는 바다.

◆황기웅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장 kwhang@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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