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새해도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연초에 계획했던 대로 순조로이 개인 일과 회사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중간 점검을 해보기에는 조금 이른 듯하지만, 약간 수정 보완하기에는 적절한 시점이다.
작년 고교 동창 송년회 때 친구 한 녀석이 ‘인간사 힘든 것이 다 인연 때문이므로 앞으로는 연을 맺지 말고 지금껏 맺어온 연을 잘 다듬고 사는 것이 최선’이라는 그럴듯한 설을 그 자리에 참석한 친우들에게 전했다. 어떤 이유에선지 2007년도 사업 계획을 작성하고 다듬을 때마다 그 녀석 말이 떠오르면서 2007년에는 사업을 펼치기보다는 지난 3년여 동안 펼쳐 온 사업을 다듬고 보강해 완성도를 높이는 쪽으로 만들면서 수정하고 있다.
그런데 며칠 전 참고를 위해 지난해 사업 계획안을 볼 일이 있었다. 당시 아직 2년 반밖에 되지 않은 회사가 그간 해 왔던 사업을 보강하기 위해 거의 모든 자원을 투자하고 있었고, 그런 연초 계획이 새롭게 접근해 오는 연(사건들)들로 인해 변경, 수정됐다. 크고 작은 새로운 프로젝트들(새로운 연들)을 자의든 타의든 하게 된 것이다.
돌아보면 여러 크고 작은 문제가 있었지만 가장 큰 쟁점은 북한 핵실험으로 인한 정치·경제 전반에 걸친 부정적인 파급 효과에 대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 작성 및 분석으로 모두들 정신 없이 바빴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을 하는 처지에서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는 2006년뿐만 아니라 2007년, 2008년 앞으로 계속 근본적인 해결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대한민국 정치 경제 전반에 걸친 예상 및 분석에서부터 우리 같은 중소기업들에 꼭 필요한 예상 및 분석 항목으로 자리매김을 할 것이다.
거창하게 북핵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정말 내일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나 변수로 등장할지 그 누구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사와 마찬가지로 경제 활동도 계속돼야 한다는 사실은 2006년도 사업 결과와 그 사업 계획서의 변천사를 보면서 그리고 성공적인(?) 북핵 실험을 경험하고 새삼 얻은 결론이다.
국내의 치솟는 물가와 인건비, 원화의 꾸준한 강세, 이에 따른 대기업 투자 규모 축소 등 기업 활동을 하는 대다수 중소기업인에게는 점점 힘들게만 사업 여건이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앞의 선배들이 이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물론 많은 문제점까지 전해주었지만) 오늘의 대한민국을 물려 주었음을 기억하며 자신과 회사를 키우고 발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생존을 위한 좀 더 나은 사업여건 마련을 위해 사업체 해외 이전을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사실 해외 이전에서 많은 부정적인 사례가 있지만 국내에 있으면 ‘어차피’ 하는 심정으로 사업체 이전을 알아보고 실제로 부분 이전이나 전체 이전을 계획하는 업체가 많다. IT강국으로 서서히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이 시점에 ‘그나마 IT 업체들은 괜찮다’는 자료를 며칠 전 읽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IT 업계에 몸담고 있는 나에게는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치솟는 물가와 인건비, 원화 강세, 이에 따른 대기업 투자 규모 축소 문제가 크게 와 닿는다. 그리고 정말 생존의 문제인 그러나 너무나 큰 문제기에 무감각해져버린 북쪽의 핵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2006년 사업계획서 한 부분에 ‘중국에서 장비 생산’ ‘중국 시장 개척’이라는 글귀가 보인다. 하지만 실행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던 부분이다.
2007년 사업 계획서가 어떻게 수정 보완될지 사실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난해보다 주변 여건이 더 나빠지겠는가’ 하는 자신감(?)이다. 2007년 나의 사업계획서는 일취월장까지는 아니겠지만, 내년 이맘때 꺼내보며 ‘그래, 많은 새로운 연을 맺었지만 서로의 발전을 위한 훌륭한 연 맺기를 했군!’ 하고 자부할 수 있으리라. 중국에서 보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손성철 티에스씨시스템 대표이사 ssohn@tscsystem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