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작년 한 해 인터넷 산업을 움직인 요소로 ‘웹2.0’ ‘디지털 프로슈머’ ‘무선인터넷 기술’을 선정했으며, 올해는 콘텐츠와 비즈니스의 모바일화가 급진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행사인 ‘3GSM 월드 콩그레스 2007’의 화두 역시 모바일의 풍부해진 콘텐츠와 함께 휴대폰이 인터넷 산업을 움직이는 하나의 중요한 채널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휴대폰에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기능과 풍부한 콘텐츠가 내장되고 있는 것은 디지털 컨버전스라는 개념으로, 어제오늘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인터넷 트렌드를 기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다. 모바일 콘텐츠가 풍부해지고 빠른 정보검색이 가능해질 수 있었던 것은 무선 인터넷기술 발달로 인터넷이 이동통신 서비스는 물론이고 휴대 디지털 기기의 핵심기능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컴퓨팅은 마이크로칩 형태로 초소형화된 컴퓨터들이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상호 정보 교환 및 필요한 기능을 실시간으로 수행하는 컴퓨팅 환경을 말한다. 기존에 한정된 장소에서만 가능했던 PC나 인터넷 기반의 정보 이용은 휴대 디지털 기기에 비해 풍부한 자원과 무제한 검색, 대용량 정보의 고속 송수신 및 전력소비에서도 제한이 따르지 않아 그 효용은 뛰어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이동 환경에서 일반화하기 위해서는 제한된 휴대형 기기의 전력소비, 성능, 메모리 공간 등의 한계성을 극복해야 한다. 이에 따라 우리는 특수한 산업 상황을 이해해 상황적 기회를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동통신 산업과 컴퓨터 산업은 환경이 다르다. 컴퓨터는 모든 것을 통합한 플랫폼 형태의 인프라를 갖추어야만 하기 때문에 시장이 몇몇 소수의 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운용체계와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한 윈텔(WINTEL)이 표준화되면서 다른 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해왔다.
그러나 이동통신 산업은 컴퓨터 산업의 통합 플랫폼의 기본 인프라와는 달리 서비스·단말기·칩·임베디드소프트웨어·콘텐츠 등 전 분야가 걸친 수직계열화돼 있어 각각의 분화된 특성을 표준화함으로써 기본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 따라서 분야별로 수직 계열화된 국내 기업들에는 기회요소임이 분명하다. 또 최근 무선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HSDPA·와이브로 등과 같은 초고속 무선 인프라 보급은 통신 속도와 비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동통신 응용에 대한 재인식으로 이동성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초고속 무선 인터넷 인프라의 성숙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 산업의 표준화 인프라는 미흡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중소기업이 표준화돼 있지 않은 이동 환경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 제공하고 있을 뿐 아니라 비슷한 단말기·칩·소프트웨어·콘텐츠 등을 동시에 개발함으로써 시간과 비용, 노동력 중복 등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각 영역에서 플랫폼의 표준화 개발을 통해 다양한 이동 모바일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구현한다면 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이고 이를 통한 국내 기업의 지배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급변하는 모바일 산업의 헤게모니 싸움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신서비스 분야에서 단말기·칩·소프트웨어·콘텐츠 등을 총망라하는 각각의 플랫폼 표준화 개발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이동통신 사업의 주도력, 인터넷 포털의 활성화, 멀티미디어 시스템 반도체 솔루션 기업들과 콘텐츠 개발 중소기업들의 협력을 통한 표준화 확산 등이 빠르게 변화하는 모바일 환경에서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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