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자’라는 구호 아래 누구보다 정보화에 먼저 투자했던 우리나라는 개발경제시대를 벗어나 IT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전통적인 가치가 깨지고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이 위협받는 문제가 발생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4년 45만여건에 이르던 범죄건수는 2005년 48만여건으로 대폭 늘었고 그중 20세 미만 미성년자 대상 범죄가 전체의 절반을 넘고 있다. 출산율 저하가 높은 범죄율에 기인한다고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사회가 불안해질수록 출산기피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사회노령화 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달하고 있다는 것 또한 문제다. 독거노인과 치매노인도 급증했다. 이렇게 노약자와 어린이 등 사회적 취약계층의 문제는 정부나 각급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사회복지시설이나 사회복지사 조직으로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어 심각성이 크다.
IT 최강국임을 자부하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지금껏 상대적으로 소홀했었던 복지와 사회안전망에 적극 투자해야 할 때가 됐다. 지금까지 정보통신기술 발전이 산업성장에 기여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사회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젊은층과 남성을 위주로 적용돼 왔다면 이제는 IT 발전에서 소외돼온 어린이와 노약자, 장애인 등을 위한 IT 활용이 필요하다.
국토가 좁고 인구가 밀집돼 있으며 IT산업이 발전한 우리나라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위치정보사업을 사회안전정보망으로 사용하기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수년 전부터 자동차 내비게이션이나 휴대폰을 이용한 친구 찾기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해지기 시작한 위치정보산업은 최근 실내에서도 반경 1m까지 추적이 가능한 서비스가 선보이면서 실생활에 확산되는 추세다. 최근 수원시 등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위치정보기술을 이용한 사회복지정책이 계획되고 있고 보건복지부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더욱 적극적인 위치정보산업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지난해 8월 ‘위치정보의 조회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위치정보 활용의 법적 근거가 생긴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몇몇 개인사생활 침해사례가 있다며 이를 재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정상적인 위치정보산업마저 위축될까 우려된다.
물론 개인의 사생활과 정보는 최대한 보호돼야 한다. 다만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한다며 어린이와 노약자, 장애인들이 범죄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현행 법 규정을 개정한다면 개인정보보호를 목적으로 규제에 초점이 맞춰진 법규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노약자와 장애인 등의 보호와 안전을 위한 관점으로 바꾸는 것이 마땅하다.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지원도 절실하다. 지금까지 사회복지사업은 종교단체나 각급 사회단체가 큰 부분을 담당해 왔으나 이제는 정부주도 아래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공립유치원 비중이 전체 유치원의 절반 정도에 그치는 등 공공 복지시설이 부족하고 사회복지사 한 명이 노인 80명을 담당하는 우리나라 현실에 비춰볼 때 위치정보망을 사회안전 정보망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관련기술의 개발 및 육성이 요구된다. 올해 들어 LBS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위성 GPS망을 이용한 내비게이션 서비스가 대부분으로, 보안과 안전에 사용할 수 있는 위치정보 서비스는 수도권 일부에서만 시범서비스되는 실정이다. 이미 시장에는 반경 1m까지 추적 가능한 휴대형 위치추적기를 국산화한 기업이 나왔고, GPS가 무용지물인 실내에서도 사용가능한 지상파 LBS망을 구축하는 등 움직임이 활발해 관심만 있다면 얼마든지 정확한 위치추적이 가능한 전국적인 시스템을 단기간에 구축할수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그룹에서는 전체 모바일 데이터 시장의 40%를 차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 위치정보산업은 이제 막 태동기를 지났다. 우리나라가 이 분야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기반기술 개발과 전문인력 양성, 다양한 응용기술 개발 등 넘어야할 기술장벽이 많다. 정부에서 유비쿼터스 시대를 준비하며 ‘디지털로 하나되는 희망 한국’의 비전을 밝혔듯이 위치정보 기술개발 투자는 성장과 복지가 조화된 희망 한국을 만드는 기반이 될 것이다.
◆심동희 전주대학교 공과대학장 dhshim@jj.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