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까지만 병역미필자인 대학생이 여권을 발급받으려면 주민등록등본·호적등본·병역증명서·국외여행허가서·신분증·사진 등을 직접 챙겨야 했다. 귀국보증인의 인감증명서와 지방세납세증명서도 빠뜨려서는 안 될 중요한 서류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민원인은 여권발급 신청서와 사진만 구청 등에 제출하면 모든 일이 해결된다. 세상이 바뀌었다. 이 모두가 행정기관들이 민원인과 관련된 각종 증명서와 구비서류를 공유토록 한 행정정보공유서비스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부는 행정기관 간 행정정보 공유를 본격화하기 위해 지난 2005년 11월 행정정보공유추진위원회를 설치했다. 위원회의 장은 역할의 중요성 및 업무의 중대성을 고려해 국무총리와 민간의 행정분야 전문가 등 2인이 맡도록 했다.
바로 공동위원장인 남궁근 서울산업대 교수(54)가 그 중심에 있다.
“국민의 기본정보를 다뤄야 하는데다 국가 행정정보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은만큼 세심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남궁 신임 공동위원장은 이달 초 1기 공동위원장이었던 정용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로부터 위원장직을 넘겨받았다. 지난해가 행정기관 간 정보공유 서비스의 보급단계 수준이었다면 올해는 공유대상 정보 및 대상기관을 본격적으로 확산해 정량적, 정성적 효과를 극대화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정부기관 간 최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조정자 역할도 해야 하고 시민단체의 사생활 침해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도록 윤리 및 기술적 신뢰감도 쌓아야 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남궁 위원장이라면 정부기관 간의 조정자, 시민단체와 정부의 중재자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게 정부와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는 행정고시 19회 출신으로 경제기획원 등에서 공무원 생활도 했고, 행정개혁시민연합 정책위원장직을 수행하며 행정개혁과 관련해 풍부한 활동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으로 출발해 행정학계를 거쳐 세계에서 가장 앞선 전자정부 사업현장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아날로그 행정현장에서 시작해 첨단 디지털 행정현장까지 두루 경험한데다 차기 한국행정학회 회장으로 선출된 그의 탄탄한 이력이 위원회를 이끌 적임자임을 잘 설명해 준다.
“지난 한 해 34종의 행정정보를 공유해 연간 약 3000만건의 민원서류를 간소화해 1800억원 규모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했습니다. 연간 1억3000만건으로 추산되는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의 구비서류 발급량의 23%에 해당합니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행정정보공유추진위원회는 현재 34종인 공유대상 정보를 올 상반기에는 42종으로 확대하고, 대상기관도 현 행정기관 및 5개 공공기관에서 행정기관 및 34개 공공기관과 2개 금융기관(우리은행, 기업은행)으로 확대된다. 올 연말에는 공유대상 정보를 70종으로 확대될 예정이어서 국민은 행정정보 공유혜택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종국적으로 연간 행정기관·공공기관·금융기관, 기업체 등에서 사용되는 민원처리용 구비서류 4억4300만건 가운데 최대한 공유할 수 있는 2억9000만건의 서류를 감축해 연간 1조8000억원에 이르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게 남궁 위원장의 목표다.
“행정정보 공유 활성화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민간이 우려하는 개인정보 오·남용 및 유출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해소하는 것입니다. 안전한 관리, 안전한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 기술적 지원도 완벽히 해낼 준비가 돼 있습니다.”
모든 정보의 열람은 본인의 동의를 받도록 제도화하고, 어떤 용도로 누가, 언제 이용했는지를 개인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정보의 오·남용을 방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모든 정보는 암호화해 전송하고, 전자인증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파일의 출력·저장을 방지하는 등 기술적·관리적 보안체계도 마련할 예정이다.
정보공유와 공유를 통해 유통되는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현재 ‘행정정보공동이용법(가칭)’을 제정 중이다. 이 법안이 오는 4월 열리는 임시국회에 처리되면 위원회는 공유서비스 활성화는 물론이고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중재와 피해 구제에 나설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개혁의 필요성은 늘 제기돼 왔습니다. 국민의 편의를 증진하고, 사회적 낭비를 줄일 수 있는 있는 행정서비스 개혁을 위해 좋은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도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 또한 낭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국민 편에 선 진정한 개혁을 이뤄내겠습니다.”
변화와 개혁의 중심에 13개 정부부처 29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행정정보공유추진위원회가 있다. 이의 구심점은 바로 남궁근 공동위원장이다. 2007년 새로운 변화를 창출할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최정훈기자@전자신문, jhchoi@
◆남궁근 위원장 약력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미 피츠버그대 행정학 박사 △경제기획원 사무관 △미 버클리대 방문교수 △행정개혁시민연합 정책위원장 △서울산업대 IT정책대학원장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차기 한국행정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