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칼럼]이 봄에 어떤 씨앗을 뿌릴까

 살아있는 것의 천적(天敵)은 세월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인간이 세월을 이길 수는 없다. 누구나 때가 되면 떠나야 한다. 왔다 가는 건 인간의 피할 수 없는 필연이다. 세월은 인간에게는 공평하다. 특혜가 없다. 누구나 하루는 24시간이다. 그 시간은 자기 몫이다. 남에게 빌려 줄 수도 없다. 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도 성공한 자와 실패한 자가 있다. 그 갈림길은 시간의 활용법이다. 누가 시간을 잘 활용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다. 시간의 주인이 되면 성공한 삶을 가꾼다. 빛나는 삶이며 자랑스러운 인생이 열린다. 남에게 존경받고 스스로도 만족해 한다. 하지만 이런 삶을 살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회초리를 들고 살듯 자신에게 엄격해야 한다. 분수를 알아야 한다. 남한테는 잣대를 엄격히 적용하고 자신한테는 대충대충 하면 세월을 잘 관리할 수 없다. 분수를 모르면 화를 키운다. 과욕으로 신세를 망친 이가 하나 둘이 아니다. 재물욕과 명예욕, 출세욕이 지나쳐 오히려 재물과 명예를 몽땅 잃고 출세 길이 막힌 사람을 우리 주위에서 간혹 볼 수 있다. 욕심 조갈증(燥渴症)이 그 사람을 마셔버린 것이다.

 요즘 정치권을 보면 짜증이 난다. 정치의 계절인 양 서로 잘났다고 뽐내기만 하고 국민은 뒷전이다. 나라 살림살이는 곤궁해지고, 국회가 처리해야 할 법률안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런 마당에 서로 삿대질이다. 여당은 탈당파니 통합파니 하는가 하면 야당은 대선 후보검증을 해야 하느니 마느니 하며 다툰다. 선거철이 되면 목이 터져라 외치던 민의의 대변자는 다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금 배지가 뭐기에 의리와 도덕심을 내팽개치고 제 살길 찾기에 바쁜가. 자기 몫 챙기기에 급급한 일이 국민의 삶과 무슨 연관이 있는가. 이제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민생문제는 골방신세로 밀릴 것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95년 중국 베이징에서 한 말이 새삼 생각난다. 당시 이 회장은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 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했다. 이 말은 아직도 유효한 듯하다. 기업들은 성장동력 육성과 미래 수종사업 개발을 위해 단거리 육상선수처럼 뛰고 있는데 정부는 여전히 지원과 육성보다는 규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방통위원회 발족과 IPTV, 하이닉스 공장 증설 건은 여전히 쟁점이다. 국제통화기금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한국의 평균 성장률은 4.2%다. 181개국 중 106번째라고 한다. 지난해 설비투자 증가율을 보면 우리는 6.8%대다. 이웃 일본은 21.3%다.

‘요즘은 갈등과 대립의 진원지가 정치권’이라는 비아냥이 나돈다. 오죽하면 ‘정치인을 수입하자’는 말까지 나왔을까 싶다. 정치권은 지금도 여전히 ‘네 탓’ 타령만 한다.

 오늘은 어제의 결과물이다. 어제의 성적이 오늘을 말한다. 지금 잘해야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 자신의 일에 충실해야 경제가 살고 나라가 발전한다. 위업을 이룬 이들은 자신의 일에 충실했다. 멀리 보지말고 지금 그 자리에서 잘해야 한다.

 설이 지났다. 새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부챗살같이 퍼지는 아침 햇살이 이제는 포근하다. 이 시각에도 남녘에서 봄은 오고 있을 것이다. 가을에 결실을 거두려면 새봄에 씨앗을 뿌려야 한다. 만물이 생동하는 이 봄에 당신은 어떤 씨앗을 어디에 뿌릴 계획인가. 조용히 생각해 볼 일이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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