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또 한번의 도약기
마침내 연구개발(R&D)에 투자한 결실이 나오기 시작했다. 매출의 10%가량을 R&D에 투자한 것은 중소기업으로선 사실 어려운 결정이었다. 하지만 투자한 만큼 수확은 값졌다.
2세대(G) 중계기에 이어 2G, 3G 겸용 중계기 개발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WCDMA 전용중계기 3종과 2G, 3G 겸용 중계기 2종이 그것이다. 다행히 시기도 맞아 떨어졌다. 당시 이통사들은 2G에 이어 3G 투자가 지상과제였다. 사업권을 획득했지만 이행계획도 지켜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통사들이 나선 것과 때를 같이해 선행 개발과제를 제안, 제품 상용화와 인증까지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했다.
A, B이통사에 대한 공급권도 확보했다. A이통사에 이어 B이통사를 뚫기란 쉽지 않았다. 준비도 미흡했을 뿐 아니라 기업 문화도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밤낮을 새워가며 개발한 제품을 앞세워 B사를 설득한 결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광 공유 모듈을 개발한 것도 이때의 일이다. 광 공유 모듈은 이통사업자들이 유지보수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제품이다. 기존 2G, EVDO용 비콘에서 더욱 발전한 ‘WDPS’라는 새로운 개념의 비콘도 개발했다. 2G와 3G망에서 서로 다른 시스템간에 통화 중 접속을 유지시켜 주는 이 제품은 GT&T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이통사와 공동으로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특허 출원을 계기로 이통사와 경쟁사들도 GT&T의 존재를 인정하는 듯했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제품 공급과 함께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2003년에 매출이 106억원대까지 떨어졌으나 2004년에는 127억원으로 늘었다. 이듬해인 2005년에는 173억원, 2006년에는 27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모든 것이 R&D 투자와 한 우물을 판 덕분이었다. 기술력을 인정해준 이통사 관계자들 또한 GT&T의 든든한 우군이었다.
영업이익도 2003년 9억원 적자를 기록했으나 이듬해인 2004년에는 13억원가량 흑자로 돌아섰다. 적자를 흑자로 돌려놓기가 이렇게 힘든 일 일줄 몰랐다. 아마도 비즈니스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기분을 알 것이다. 3G 투자가 러시를 이루면서 이 같은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게 올랐다. 2005년 1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지난해는 2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모두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준 덕분이었다. 직원 수도 2003년 65명에서 2004년 47명으로 줄었으나 2005년에는 53명, 그리고 지난해엔 구조조정 전인 2003년 수준을 회복했다.
드디어 2005년 2월말 관리종목을 탈피했다. 2004년 흑자를 낸 데다 시가총액도 50억원을 넘어섰다. 기업이 정상궤도에 오르면서 주가관리를 위해 유무상 증자도 실시했다. 주식 수도 430만주 가량에 불과했으나 800만주 가량으로 늘어났다.
매출도 늘고 흑자를 연속으로 내자 여기저기서 투자하겠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당연히 3G 투자와 4G 이동통신의 방향성을 의식한 것들이 많았다.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에서 여신을 확대해 줄 테니 돈을 더 가져다 쓰라는 제안도 받았다. 방송장비 업체에서도 통방융합시대의 장비 개발을 위해 협력하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한 MCP 업체도 사업 협력을 제의하기에 이르렀다.
회사는 안정세를 넘어 활기를 되찾아가기 시작했다. 3G 투자가 상반기까지는 이뤄질 것이고, 경쟁사들과는 차별화된 GT&T의 노하우도 있다. 하지만 두려움이 앞섰다. 2002, 2003년 당시의 어려웠던 기억 때문이다. 비즈니스는 어느 한 순간 방심할 수 없다. 자칫 조그만 실수가 회사의 흥망을 가름하기 때문이다. 사업 다각화를 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sehan@gt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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