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년간 우리나라 IT산업 발전은 비약적이라 할 만큼 눈부시다. 지난해만 해도 IT산업은 GDP의 16.1%, 수출액 1134억달러로 우리나라 총 수출액의 35%를 차지했다. 반도체·휴대폰·HDTV로 대표되는 한국의 IT산업은 확실히 지난 수년간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견인해 왔고 세계 무대에 IT강국을 알리는 대표주자였다.
그러나 거대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중심이다 보니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기에는 불리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최근 초고속 시장의 과도한 경쟁도 IT 시장의 포화에서 빚어진 결과고, 수익구조가 열악해 투자 역시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악순환의 고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신규 시장을 개척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들 벽을 허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유비쿼터스 열풍에 이어 일어난 웹2.0 신드롬에서 그 노력들이 발견된다. 재작년에는 어디든 글자 앞에 u자를 붙이더니 이제는 2.0을 갖다 붙이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한다. 기존 방법이나 기술이 아닌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이자 벽을 허물기 위한 해법을 찾으려는 것이다.
또 초고속, 휴대폰 신화가 전설로 되기 전에 돌파구를 찾으려는 노력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는데 최근 기술이나 시장, 정책 동향으로 보아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이는 첨단 신기술의 과감한 도입을 통한 프로세스 개선 및 비용절감 노력이고, IT로 짝짓는 이른바 컨버전스 산업에 대한 기대, 마지막으로 비IT 영역에 IT를 적용해 시장을 확장하려는 노력들이다.
첫째, RFID·USN 등 새로운 소자와 센서 그리고 이를 응용한 각종 신기술이 개발·적용되기 시작했다. RFID가 대표적인 예로 아직은 널리 확산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엄청난 수요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RFID 시장 개화가 태그 가격 하락에 종속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더 근본적인 답은 RFID 적용 전과 후의 ROI에 있다고 한다. 태그를 적용했다고 해서 고객들에게 비용을 부담하게 할 수는 없다. 신기술 도입으로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물류비용을 절감해 BEP를 깨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컨버전스 산업의 시작이다. 일등 제조업에 이어 서비스 산업으로 확대해 나가되 융·복합에서 대안을 찾자. 올해는 4년차를 맞는 IT839 전략의 1단계를 마무리하는 뜻깊은 해다. 와이브로·BcN·URC 등 각종 시범사업, 기술개발 추진으로 선택과 집중을 했던 결과가 하나씩 성과를 낼 것이다. 올해는 이들 기술을 서로 묶고 연계하는 일련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행히 작년부터 컨버전스 산업 발전을 위한 기획이 시작됐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매달 모여 신규 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한 워크숍과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열고 있으며, 지난해 말 8개 분야 90여개 컨버전스 서비스가 발굴, 제시됐다. 이들은 u시티·u농어촌·u디펜스·u폴리스 등과 접목돼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이다.
셋째, 비IT에 IT를 접목해 IT 시장의 영역을 넓히는 데 있다. IT가 그 촉매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에너지 문제에 IT를 접목하면 국가 SOC나 비용 절감 측면에서 훌륭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독일 힐덴의 호텔 암 슈타트파크에서는 펌프를 디지털로 조종하는 최첨단 온수 보일러를 구입하고 배관을 단열재로 감싸 9만유로였던 전력 요금을 6만유로로 줄였다. 91년 극심한 전력난으로 단전사태가 일어났던 캘리포니아는 냉난방시스템을 개선하고 원자로 등 파워플랜트에 IT를 접목해 18% 이상, 760억달러의 에너지를 절감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IT성장이 잠시 주춤하다 보니 세간에는 ‘이미 틀린(IT)’ 산업이라는 냉소적인 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주변을 둘러보면 IT는 여전히 절실한 분야며, 우리가 궁극적으로 가고자 하는 ‘언제 어디서나’의 유비쿼터스 사회 구현은 요원하기만 하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가 얘기되고 있다. 그러나 3만달러는 우연히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과 효율성을 그만큼 높여야 한다. 경쟁력을 높이고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가장 빠른 길은 IT를 접목하고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전 산업의 IT화를 전면적으로 추진하자. 이런 일련의 노력들을 ‘IT코리아 2.0’이라고 하면 너무 통속적이라고 할까.
◆신상철 한국정보사회진흥원 u-서비스지원단장 ssc@nia.or.kr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단상] 다양한 OS환경 고려한 제로 트러스트가 필요한 이유
-
2
[보안칼럼]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리 방안
-
3
[ET시론]2050 탄소중립: 탄녹위 2기의 도전과 과제
-
4
[ET시론]양자혁명, 우리가 대비해야 할 미래 기술
-
5
[김종면의 K브랜드 집중탐구] 〈32〉락앤락, 생활의 혁신을 선물한 세계 최초의 발명품
-
6
[황보현우의 AI시대] 〈27〉똑똑한 비서와 에이전틱 AI
-
7
[최은수의 AI와 뉴비즈] 〈16〉산업경계 허무는 빅테크···'AI 신약' 패권 노린다
-
8
[ET톡] 지역 중소기업
-
9
[데스크라인] 변하지 않으면 잡아먹힌다
-
10
[여호영의 시대정신] 〈31〉자영업자는 왜 살아남기 힘든가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