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게임기업들 간의 대형 합작이 러시를 이루면서 향후 한국 게임산업에 미치는 득실 놓고 논란이 거세다. 이와 함께 갈수록 심화되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한국 게임기업들의 입지를 세우기 위한 전략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최근 독일계 거대 게임업체 텐태클은 총 2400만달러 규모의 자본을 앞세워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게임 개발사에 대한 자금 지원에 나섰다. 아시아 법인인 텐태클스튜디오아시아를 자금 집행 주체로, 아시아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고 내걸었다. 이 회사의 속셈은 온라인게임사업 강화를 위한 포석인만큼 타깃은 결국 한국이다. 텐태클은 한국의 지원 업체가 선정되면 신작 기획에서부터 제작, 자금 조달, 퍼블리싱까지 총괄 관리자로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는 이달 들어 세계 최대 게임업체 일렉트로닉아츠(EA)가 네오위즈와 지분투자·공동개발을 위한 제휴 협상을 진행 중인 상황과 맞물려 있다. 지난주 일본 세가가 CJ인터넷과 ‘슈퍼몽키볼 레이싱 온라인’을 공동 개발해 연내 전 세계에 퍼블리싱하기로 한 상황도 비슷한 연결선 상에 놓여 있다. 이미 미국 플래그십스튜디오는 한빛소프트와 손을 잡았고 일본 닌텐도는 넥슨을 파트너로 선택했다.
◇순풍과 역풍 동시 작용=일단 한국 게임산업의 세계화 측면에서 국내외 자본 간 합작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제 막 중국 및 아시아 시장과 일본 등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한 한국 온라인게임이 북미·유럽 등 세계 게임시장의 한복판으로 파고드는 데 긴요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궁극적으로는 국내시장조차 국적 없는 전쟁터가 될 마당에 한발 앞서 경쟁력과 맷집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바람직하게 받아들여진다.
역기능도 있다. 외국의 거대 자본 논리에 한국 게임산업을 지탱해 온 원천기술이 자본에 휘둘리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서버기술·운영노하우가 흘러 나가고 결국 미래 실속은 외국 대형업체가 다 챙기는 극단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회사 성장·산업 성장 함께 고려해야=글로벌 합작은 개별 회사의 선택이지만 그 영향은 산업 전체에 광범위하게 미친다.
EA와 전략적 제휴 협상을 진행 중인 네오위즈의 한 관계자는 “네오위즈에만 좋은 일이라면 이렇게 줄다리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게임산업에도 좋은 합작 모델을 내놓을 수 있도록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경영학)는 “이미 미국·유럽시장에서 강력한 유저풀과 바게닝파워를 확보하고 있는 외국기업들은 한국 업체를 온라인화 공장 정도로 역할을 축소하려는 경향이 짙다”며 “이런 인식하에서는 합작이 이뤄지더라도 한국 산업에 대한 영향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위 교수는 “외국 기업들이 8 또는 9의 조건에서 10을 맞추려고 한국기업들에 1, 2를 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의 가치로 그 1, 2를 평가받지 않고 5년 뒤의 가치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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