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다국어 최상위 도메인

 비영어권 인터넷 이용자 수는 이미 전체 이용자 수의 3분의 2를 넘어섰으며, 비영어권 국가들은 인터넷 이용 활성화 및 정보격차 해소 등을 위해 다국어 최상위 도메인(IDN TLD) 생성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국제표준이 있는 2단계 다국어 도메인(한글.kr 등)과 달리, IDN TLD는 국제표준 부재로 인해 사설 서비스만 제공되고 있다. 중국은 이미 독자적으로 ‘중국어.중국어’ 도메인을 서비스 중이고, 아랍 국가도 각 국 아랍어 최상위 도메인을 시범 생성했다. 우리나라도 일부 민간업체에서 한글 최상위 도메인과 유사한 사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설 서비스 확산에 따른 인터넷 분열 우려와 비영어권 이용자의 요구가 높아지자 지난해 국제주소자원관리기구(ICANN)는 관련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며, 인터넷국제표준화기구(IETF)와 국제전기통신연합(ITU)도 국제기술표준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민·관이 협력해 한글 최상위 도메인 생성에 대비해 관련 국제논의 및 기술표준화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데, 최상위 도메인 운영기관들은 현 영어 최상위 도메인(.com, .org 등)을 단순 번역한 다국어 도메인(.회사/.기관 등)의 운영권까지 원하고 있어, IDN TLD에 대한 이권다툼이 치열할 전망이다.

 도메인이 사이버 영토로까지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기관이 한글 최상위 도메인 운영권을 가진다는 것은 국부 유출 등의 논란을 떠나 우리나라 사이버 영토의 외국 식민지화로까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 또 올바른 기준 없이 IDN TLD 생성 및 운영기관 결정이 이루어진다면 다른 언어 커뮤니티 인터넷 이용자도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IDN TLD는 언어·문화 커뮤니티 대표 도메인이므로 해당 언어 커뮤니티 인터넷 이용자의 권익을 대표할 수 있는 기관이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한글의 우리 문화 상징성을 강조하며 외국기관의 한글 최상위 도메인 운영을 반대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 각국은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위상 제고를 위해 도메인 주소자원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사이버 영토로 자리잡을 한글 최상위 도메인 생성에서도 한글 인터넷 이용자 커뮤니티의 권익 보호를 위해 민관협력의 국제적 대응이 계속 요구되며, 무엇보다도 한글을 사랑하고 아끼는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의 관심과 지원이 가장 중요한 때다.

kimjy@nida.or.kr<김재연 한국인터넷진흥원 연구원·ITU-T IDN 워킹그룹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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