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트(완제품) 부문에서는 최고의 경쟁력을 가졌지만, 부품소재 부문 특히 소재 원천기술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 이에 따라 대규모 생산과 많은 수출에도 불구하고 주요 선진국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는 등의 문제점을 노출해 온 것도 사실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최근 차세대 먹거리 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2차전지’ 분야에서 핵심 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휴대폰, 노트북PC 등에 사용되는 리튬 2차전지의 성능 향상과 더불어 향후 급격한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 및 로봇용 리튬2차전지의 상용화를 위한 핵심소재 원천기술로 꼽힌다.
KIST 2차전지연구센터는 2차전지 관련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전담 연구팀으로 2차전지 분야에서 세계 최고에 올라있는 일본과 대적할 만한 핵심소재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차세대 리튬 2차전지 핵심소재 기술은 양극소재로 활용되는 리튬금속산화물 소재 제조기술과 탄소음극 소재의 표면처리 기술 두 가지다.
양극소재 제조기술은 2차전지의 대용량화를 이끌 수 있는 방법으로 열에 대한 안정성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음극소재 표면처리 기술은 2차전지의 수명을 길게 하면서 저가 소재를 재료로 사용할 수 있어 2차전지의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기법이다.
조병원 KIST 2차전지 연구센터장은 “개발된 소재기술을 적용할 경우 기존 제품보다 용량이 10∼20% 향상되고 2차전지의 수명과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아직 상용화 이전으로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이미 제품화된 세계 어느 소재기술보다도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개발된 대용량·고안정성 양극소재 핵심기술은 전구체인 금속수산화물을 고밀도로 균일하게 제조하는 기술, 전구체와 리튬화합물을 혼합 열처리해 리튬금속산화물을 제조하는 기술 그리고 이를 표면처리하는 기술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탄소음극소재 표면처리기술은 탄소의 전처리, 탄소표면에 관능기를 부여하는 화학처리 및 후처리 기술 등이다.
KIST는 이번에 개발된 두 가지 핵심원천 소재 기술의 순차적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탄소음극소재의 경우 이르면 올해 말 상용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양극 소재 제조기술은 내년부터 실제 제품 적용에 나서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리튬 2차전지 산업이 일본 다음의 세계 2위 수준이나 대부분의 핵심소재를 일본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세계 1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전지용 새로운 핵심소재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는 산업자원부의 차세대전지 성장동력 사업으로 기술개발 자금이 지원되고 있으나, 규모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며, 그나마도 자금의 대부분이 기업체에서 지원되고 있다. 반면에 기업들은 개발기간이 길고, 실패 위험 부담이 큰 소재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KIST 2차전지 연구센터는 전문 연구인력과 학생·위촉 연구원을 포함, 총 40여명이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조 박사는 지난 5∼6년간 이번에 개발한 2차전지의 원천소재 확보에 매진해 왔다고 밝혔다.
조 박사는 “2차전지의 원천소재 기술은 2차전지 전체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핵심 부문”이라며 “앞으로 개발에 나설 분야 역시 2차전지의 핵심 원천 기술로 꼽히는 난연성 전해질과 분리막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
◆인터뷰-조병원 KIST 2차전지 연구센터장
“연구에는 후퇴가 없다는 확신으로 지루한 개발 과정을 극복해왔다.”
조병원 KIST 2차전지 연구센터장은 기술개발을 할 때 목표를 세우고 연구를 수행하는 데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아이디어를 가지고 수행한 연구결과가 예측과 다르게 나올 때였다고 말했다. 목표가 너무 높게 설정된 것은 아닌지, 연구 방향 및 방법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걱정과 불안이 밀려올 때가 적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조 센터장은 “지루한 연구과정이었지만 ‘연구는 후퇴가 없다’는 확신 속에 동료들과 함께 힘을 모아 좋은 성과물을 낼 수 있었다”며 목표를 위해 묵묵히 연구에 전념해 준 연구원들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그는 또 “새로운 핵심소재를 개발하는 데는 창의력·도전정신·전문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연구소와 대학으로의 연구자금 지원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원천 소재 같은 실패 확률이 높고 긴 개발기간이 소요되는 연구에서는 기업체 중심의 기존 연구체계와는 다른 접근방식과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 센터장은 “상용화된 음극 및 양극 소재의 대체와 신기술 개발을 통해 2차전지의 성능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휴대폰 및 노트북PC 등의 산업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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