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낭보’가 날아왔다. LG전자가 지난 12일 개막된 ‘3GSM 월드 콩그레스’에서 ‘3G 포 올’ 프로젝트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3G 포 올은 12개 이동통신업체 연합체(GSMA)가 3G 서비스를 조기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추진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전 세계 8개 휴대폰 업체가 참여했다. 최종 발표 전부터 사업자 후보를 놓고 소문이 무성할 정도로 통신업계의 최대 관심사였다.
사실 3G 포 올이 관심을 끈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사업 자체만 놓고 보면 주요 휴대폰 업체의 구미를 당길 만한 ‘빅 딜’은 아니었다. 연간 공급 대수가 1000만대로 12개 글로벌 사업자가 관여한 사업치고는 규모가 작았다. 게다가 ‘큰돈’이 안 되는 100달러대 저가 휴대폰 공급이 목적이었다. 글로벌 휴대폰 업체가 원하는 ‘볼륨’과 ‘수익’ 모두 충족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첨단 기술력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도 아니었다. 이 때문에 전 세계 ‘빅5’ 중 유일하게 노키아와 LG전자만 참여했다. 삼성·소니에릭슨·모토로라는 모두 불참을 선언했다.
이번 딜은 한마디로 노키아와 LG전자, 더 정확하게 말하면 노키아 진영과 퀄컴 진영의 대리전이었다. 알다시피 노키아와 퀄컴은 올해 4월 로열티 최종 협상을 앞두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진행하고 있다. 법정 공방은 물론이고 상호 비방도 서슴치 않을 정도로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두 진영의 첫 번째 라운드가 바로 3G 포 올 프로젝트였다. 유럽 시장에 익숙하지 않은 퀄컴은 이번 승리를 위해 전방위 노력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물론 노키아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3GSM 월드 콩그레스가 열린 스페인은 노키아의 ‘텃밭’이며 유럽을 대표하는 지역의 하나로 세계 1위 휴대폰 업체이자 유럽 ‘휴대폰 맹주’인 노키아의 자존심까지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LG가 승리하면서 노키아는 ‘안방’에서 체면을 구겼다. 나아가 앞으로 진행될 퀄컴과 로열티 협상에서도 주도권을 놓칠 가능성도 커졌다. 당연히 노키아의 반격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그만큼 2라운드 경쟁은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각 업체, 각 나라의 이해 관계를 위해 물밑에서 숨가쁘게 움직이는 통신업계의 이면을 제대로 읽는 것도 통신 시장 관전 포인트의 하나다.
강병준기자·글로벌팀@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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