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의 남자’는 연산조 시대의 한양의 장터와 궁궐의 문화를 실감나게 복원해 시대적 사실감을 잘 살렸다는 평을 받았다. 영화가 16세기의 한양을 재현할 수 있었던 데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원장 서병문)의 문화원형 디지털화사업으로 개발된 ‘디지털 한양’이 있었다.
최근 들어 ‘주몽’ ‘황진이’ ‘연개소문’ 등 우리 전통 문화 및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문화원형이 콘텐츠산업자원으로써 각광을 받고 있다. 여기에 건축·예술작품 등 눈에 보이는 문화원형뿐만 아니라 문화원형에 숨어 있는 이야기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해지고 있다.
◇콘텐츠진흥원 디지털 문화원형 활용 시작=콘텐츠진흥원은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간 역사·민속·신화·건축·예술 등 160개의 문화원형과제를 수행, 약 60만개의 아이템을 2D, 3D 동영상의 형태로 데이터베이스(DB)화 했다.
조선시대 명기 황진이의 일생을 다른 드라마 ‘황진이’의 기방생활 묘사와 각종 소품은 ‘조선시대 기녀문화’‘한국의 전통 장신구’등 디지털 문화원형을 기반으로 구성했다. 최근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주몽’ 역시 디지털 문화원형 ‘고구려 고분벽화’ ‘고대국가의 건국설화’ 등 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현재까지 콘텐츠진흥원이 개발한 디지털 문화원형 콘텐츠 중 1700여건이 영화·드라마뿐만 아니라 캐릭터, 패션 디자인 등 산업 부문과 국회 홈페이지, 국정 국사교과서 등 공공부문에서 활용되고 있다.
◇스토리텔링 DB구축 논의 활발=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15일 코엑스에서 개최하는 ‘2007 한국 문화원형 콘퍼런스’의 주제는 ‘문화원형으로 이야기하다. 시간 속에 묻혀 있는 상상의 스토리텔링’이다. 건축·역사 등의 문화원형 디지털 DB를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신화나 설화 등 우리의 문화원형에 있는 ‘스토리텔링’을 DB로 구축해 문화콘텐츠 창작에 이용해야 한다는 논의를 반영한 것이다.
특히 설화나 신화 속에는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스토리텔링 요소가 있다. 영화 ‘반지의 제왕’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도 신화 속에서 모티브를 차용했기 때문이다. ‘대장금’ 역시 다른 국적에서도 통용되는 스토리텔링을 포함하기 때문에 한류를 일으킬 수 있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보편성을 가진 문화원형을 소재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포스트 한류를 일으키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한다. 2007 한국 문화원형 콘퍼런스에서는 이병훈 대장금 PD, 려우전위 2008 베이징 올림픽 마스코트 제작자 등이 참여해 문화원형 속 스토리텔링이 실제 대중문화에서 사용된 사례를 설명할 예정이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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