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력 탄탄…대기업 공세 막아낼 것”
PMP ‘빌립’ 지휘 유승진 유경테크놀로지스 부사장
“대기업이 몰려든다고 주눅들지 않습니다. 우리 페이스대로 밀고 나갈 뿐입니다.”
국내 휴대형멀티미디어재생기(PMP) 시장서 ‘빌립’이라는 이름으로 고가 브랜드 이미지를 굳히고 있는 유경테크놀로지스의 유승진 부사장(39)은 삼성·LG전자 등이 PMP·내비게이션 시장에 속속 뛰어드는 상황에서도 특유의 자신감을 나타냈다.
“대기업에 적합한 아이템이 있습니다. PMP나 내비게이션은 아닙니다. (대기업은) 급변하는 기술 트렌드에 기동성있게 대처하는 조직이 못되요. 대당 생산단가도 높아 중소기업 대비 경쟁력이 없습니다.”
하지만 유 부사장은 대기업의 ‘전략적’ 접근만은 경계한다. “삼성전자가 ‘옙(MP3플레이어)’으로 수익을 내고있진 않습니다. 하지만 저가 공세로 밀어부치다보니, 결국 레인콤 등 기존 MP3 관련 중소업체가 모두 두 손 들게 된 거 아닙니까.”
PMP와 내비게이션 등 주요 디지털휴대기기 시장에서도 언젠가 ‘때’가 오면 대기업들이 그같은 전략적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게 유 부사장의 우려다.
PMP 등 디지털휴대기기는 얼리어댑터나 유저 커뮤니티의 ‘입심’이 유독 심한 아이템이다. 따라서 유 부사장 역시 관련 사이트에 직접 댓글을 다는 등 적극적인 관리를 해왔다. 하지만 요즘은 동향보고 정도만 받는다고 한다. 유저들의 애정 어린 충고나 따금한 일침은 제품 기술력 제고에 도움이 되지만, ‘악플(악의적 댓글)’이 확대 재생산되는 측면도 많다는 게 최근 커뮤니티 사이트를 보는 유 부사장의 시각이다.
유 부사장은 지난 1980∼1990년대 국내 광통신 시장을 평정하며 통신장비업계를 주름잡던 성미전자(현 동원시스템즈) 사장을 역임한 유태노 현 유경테크놀로지스 회장의 외아들이다.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유 회장을 대신해 대부분의 회사 경영은 유 부사장이 관장한다. 이미 경영권 승계도 끝내 현재 유경의 최대주주는 유 부사장으로 돼있다. 사내 전략기획실장도 겸하고 있는 유 부사장은 디자인 회사와 VoIP 업체 등 유경의 2개 관계사 대표도 맡고 있다.
지난 2001년 이 회사 연구소 팀장으로 합류한 유 부사장은 고려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 텍사스 오스틴대학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