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와 경북대가 지난달 31일 국내외 교환학생을 대상으로 인턴십 취업을 보장하는 ‘뉴 Co-op프로그램’ 협약을 맺기로 했다가 돌연 취소해 구설에 올랐다.
경북대는 협약을 맺기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전무후무한 산학협력 협정을 체결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까지 배포한 상태였다. 이 협정에 따르면 경북대생이 교환학생 자격으로 외국대학에 수학할 경우 LG전자 해외법인에 인턴십으로 근무할 수 있고, 반대로 교환학생으로 경북대에서 수학하는 외국인 학생들은 LG전자 DD사업본부에서 인턴십을 수행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경북대 측은 이날 예정된 협약의 취소 배경에 대해 이 프로그램을 담당했던 LG전자 책임자가 바뀌면서 협약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미 총장까지 서명한 협약서를 LG전자가 뒤집었으니 난감하기 그지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더욱이 한강 이남의 4년제 최대 IT 특성화 대학인 경북대로서는 이번 산학협력의 갑작스러운 무산으로 학교 이미지까지 손상을 입었다. 협약 관련 보도자료를 낸 이후 협약이 보류가 된 사실조차 언론이나 학생들에게 제때 알리지 않아 공신력에도 타격을 받았다.
경북대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LG전자는 협약 내용을 현실적으로 보완해 더 나은 방향의 협약을 맺기 위해 그랬다는 것이다. 그것도 협약식 하루 전날 말이다.
이 때문에 경북대는 긴급 회의를 열고 다음주 초 LG전자를 방문해 자초지종을 알아보기로 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당장 이번 협약을 계기로 이미 지난해 9월 해외에 교환학생으로 나가 있는 학생을 새학기부터 LG전자 인턴십으로 보내려는 계획이 사실상 물건너 가며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더욱이 올해 해외 교환학생으로 가기로 했던 학생들까지 선발해 놓은 상태였다.
이번 협약 취소 사태로 인해 국내외 취업을 간절히 바라며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두 기관에 대해 실망감과 함께 불신감만 늘게 됐다. 우수한 인재를 양성해 더 나은 기업에 취업하게 하려는 대학과 양질의 인력을 공급받으려는 기업의 순수한 취지는 이해하지만 모범을 보여야 할 대학이나 대기업이 학생을 볼모로 산학협력사업을 어설프게 진행한 점은 질책받아야 마땅하다.
대구=정재훈기자@전자신문, j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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