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이 금강산 호랑이와 싸우는 장면을 무대 공연에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배우가 호랑이 탈을 쓰고 나온다’ ‘호랑이 소리만 나오고 배우가 마치 싸우는 것처럼 연기한다’ 등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아이맥스 영화관처럼 입체 영상으로 만들어진 호랑이가 등장한다면 어떨까? 한층 더 실감나는 무대가 완성될 것이다.
20일 저녁 서강대 메리홀에서 열린 전통 연희 극단 ‘the 광대’의 ‘타이거 헌트’에는 새로운 무대 연출 기법인 ‘4D 아트’가 등장했다. 4D는 간단히 말하면 3D 영상을 입체로 구현하는 것이다. 비록 3D로 만들어진 영상이라도 스크린 위에 상영될 때는 2D 영상이 된다. 4D는 기본적으로 2대 이상의 영사기와 스크린을 동원해 3D 영상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나 이것이 4D 기술의 끝이 아니다. 여기에 소리나 냄새, 촉감 등 다양한 감각을 더해 체험이라는 요소를 더한다. ‘the 광대’의 무대 연출을 맡은 김사명 무대감독은 “몰입과 생생한 체험이라는 점에서 3D에 D를 추가한 4D의 의미는 단순히 1D·2D·3D로 발전해 오던 과정과 차원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소나기가 내리는 장면을 표현할 때 4D영상으로 구름이 몰려오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실제 물을 뿌린다면 관객의 극에 대한 몰입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2005년 선보인 ‘소녀 이야기’도 4D라는 현대 영상 기술을 무대 공연에 접한 예다.
무대에 비가 떨어지고 물이 고여 있는 장면을 영상으로 나타낸 뒤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고인 물에 파동이 생기는 것을 영상으로 표현했다. 무대 위의 카메라가 배우의 움직임을 잡아내서 컴퓨터로 전송하면 컴퓨터는 그 움직임을 분석해 파동의 모양을 천장에 매달린 프로젝션을 통해 쏘는 방식이다.
특히 한국 민화 ‘금강산 포수’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타이거 헌터의 경우 호랑이의 혼령이 빠져 나오는 등 무대공연의 한계를 넘는 연출력이 요구되는 장면이 많다. 상상 속의 일을 눈 앞의 현실로 불러 일으킨 것이 4D 아트다. 안대천 극단 ‘the 광대’ 대표는 “전통 연희를 현대적으로 표현하는데 필요한 새로운 기술이면서 관객의 몰입도를 높게 하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4D 아트는 해외 공연의 경우 무대 연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체험 영화관 같은 곳에서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 둘리가 4D 애니메이션으로 상영된 바 있다. 최근에는 젊은 연출가들을 중심으로 무대공연에 4D 아트를 접목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the 광대’의 무대 연출을 맡은 김사명 무대감독은 “젊은 층에 속하는 연출가들은 영상 자체에 대한 욕심이 있을 뿐더러 미래 공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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