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전자 新 유통여지도](14)울산 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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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대 들어 전국 가전유통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역 상권 중 하나가 울산이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 굵직한 대기업 소속 샐러리맨이 유난히 많은 울산은 수년간 자동차와 조선산업의 호황 속에 전체 생활 수준과 소비 수준도 꾸준히 상승해왔다. 따라서 가전유통점의 출점 경쟁이 최근 2∼3년 동안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가전 매장 최근 3년새 두 배 증가=가전 전문점 및 할인점 등 가전 유통 매장은 현재 40개를 넘어 2000년대 초와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울산 인구를 110만명 안팎으로 볼 때 인구 3만명당 한 곳씩이다. 이는 인구 6만∼7만명당 매장 1개꼴로 들어선 타 지역의 2배 수준으로 그만큼 울산이 지닌 구매력과 향후 상권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잘 보여주는 수치다.

울산 상권은 울산 경제상업의 중심인 남구를 중심으로 행정구역상 구분이 그대로 적용된 북구, 동구, 중구, 울주군 상권으로 구분된다.

남구상권은 울산 인구의 40%가 집중된 곳으로 시청과 울산역 등 주요 기관과 시설이 집중돼 있는 곳이다. 가전 유통점의 절반 가까운 18개 매장이 이곳에 집중돼 있을 정도로 현재 남구상권은 울산 최고의 상권이다. 따라서 프리미엄급 제품 수요가 가장 많고 객단가도 가장 높다.

◇북구, 신흥 주거지로 상권 급부상=북구상권은 북구가 신흥 주거지로 부상하면서 향후 가장 전망좋은 상권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대규모 아파트 건설이 붐을 이루고, 울산 산업지원 기관 및 R&D 관련 시설 등이 이곳에 집중 건설되는 것도 주목을 끄는 요인이다.

옛 도심지인 중구상권은 현재 남구와 북구에 그 중심지로서의 기능을 넘긴 상태지만 최근 시 차원의 재개발이 적극 추진되면서 다시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울산 혁신도시 선정에 따른 수혜지역으로 중구내 우정지구가 선택됐고, 이에 따라 에너지 관련 공기업 등의 이전이 예정돼 있는 상태다. 동구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 대부분의 지역을 대기업 공장이 차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울주군은 온양과 온산 중심의 농공업 지역이지만 언양·반천지구에 고속철 역사와 울산국립대 등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향후 기대 수요는 높은 편이다.

울산=임동식기자@전자신문, dslim@

◆삼성전자 달동점

 울산 남구의 최중심 상권에 자리잡은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 달동점(대표 김명호)은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하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매장이다. 딱히 두드러진 판촉 전략이나 차별화된 마케팅 노하우가 없지만 지난해 전년 대비 40% 매출 성장으로 최고의 한 해를 만들었다. 바로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사랑받는 매장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본사 CS경영 방침에 충실히 따랐을 뿐입니다. 기본적인 첫 인사부터 내부 청소, 복장 등을 세심하게 점검했고, 나아가 직원들에게 우리가 판매 제품을 먼저 사랑해야 고객에게도 사랑을 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서일까, 달동점 직원의 표정이나 매장을 찾은 방문객의 얼굴에서 훈훈한 인심이 느껴지는 듯했다.

지난 2003년 10월 오픈한 달동점은 별도의 자체 판촉행사가 없다. 차별화된 고객관리 방법을 따로 갖고 있지도 않다. 단지 본사 주도의 정례화된 4번의 판촉 일정에 맞춰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달동점은 지난해 삼성전자 CS경영 우수점 톱10에 들어 상을 받았다.

‘충전기를 잃어버려 급한 마음에 찾은 매장에서 기분좋게 충전시켜 갈 수 있도록 배려해준 점 너무 고마웠다. 주차장까지 나와서 저와 엄마가 탄 차를 끝까지 가이드해 준 달동점 임직원께 감사 드린다.’ 홈페이지에 오른, 달동점을 칭찬하는 글이다.

달동점 8명 전 직원은 디지털마스터(전문상담사) 자격을 갖추고 있다. 프로세일즈맨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으로 여기고 있어서다. 또 직원 중 한 명은 사내 롤플레잉 경진대회에서 3위에 입상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단골 손님이 매장에 오면 아는 직원의 이름을 불러 찾고 제품에 대해 문의한다. 어찌 직원들이 예쁘지 않겠냐”며 내부 직원에 대한 신뢰를 그대로 드러냈다. 현재 8명의 직원을 10명까지 늘리려는 계획은 매출 확대에 앞서 고객만족도를 더욱 높이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김 사장은 “제품을 만들 때 혼을 담는다고 한다. 우리는 판매할 때 혼을 담아 판매하자고 말한다. 혼을 담아 판매하는 데 감동하지 않을 고객, 다시 오지 않을 고객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서울산대리점 

울산 남구 신복로터리에 자리잡은 서울산대리점(대표 허성희)의 닉네임은 ‘울산 LG프리미엄 매장’이다. 어느 곳보다 빠르고 다양하게 LG 신상품을 전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달형 구조의 매장 형태도 프리미엄 이미지 형성에 한몫 한다. 입구를 열고 들어가면 왼쪽으로 최신 AV기기와 노트북PC가, 오른쪽에는 냉장고 등 주방가전이 마치 학익진을 연상시키듯 좌우로 화려하게 펼쳐 전시돼 있다.

허 사장은 “어떤 이미지로 남다른 경쟁력과 차별화를 도모할까 고민하던 중 고급 컨셉트를 떠올렸고, 명품을 전달한다는 이미지를 심고자 결심했다”며 “한발 앞서 신제품을 요청해 전시하고 구형 제품은 과감하게 뺀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매장 이미지는 직원 복장에서 한번 더 확인할 수 있다. 올해 들어 LG전자 전 유통매장에 제공 예정인 신규복장을 어느새 이곳 서울산대리점 직원 모두가 입고 있다.

“시범 착용을 지원해 지역에서 가장 먼저 입게 됐다”는 것이 허 사장의 설명.

판촉 마케팅 때는 매장에 붉은 카펫을 깔았다. 매장을 찾은 고객에게 마치 첨단 전자제품 전시행사의 VIP고객이 된 느낌을 전하기 위해서다.

매장을 찾은 고객 관리도 프리미엄급이다. 제품 배송 후 설치까지 꼼꼼하다. ‘프리미엄 매장’에서 ‘프리미엄 서비스’를 받고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하면서 서울산대리점 고객은 프리미엄 고객이 된다. 프리미엄 고객은 “제품 설치를 꼼꼼하게 잘 해줘 오래 쓰고 있다”며 매장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서울산대리점은 “고객이 잘 사용해서 제품이 오래가는 것”이라며 되레 고객을 떠받든다.

최근 한 고객이 서울산대리점에서 구입한 제품이 타 매장에 비해 비싸다고 클레임을 제기했을 때 허 사장은 아무말 않고 그 차액을 고스란히 돌려줬다.

“고객의 믿음을 살 수 있다면 몇 만원은 아깝지 않다”는 것이 프리미엄 매장을 지향하는 허 사장의 지론이다.

허 사장은 “우리 매장에 오면 다양한 최신 제품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올해는 매출과 고객 수를 지난해 대비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3하이마트 효문지점

하이마트 울산 효문지점(지점장 송평호)은 ‘영남 가전유통의 자존심’이다. 2002년 개장 후 영남지역 매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겉으로만 보면 효문지점의 입지 조건은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다. 주택 밀집 지역도 아니고, 상가가 빽빽하게 들어찬 중심상권도 아니다. 매장 바로 앞에 현대자동차 공장이 보이는 것 외에 그다지 큰 건물도 없다. 송 지점장은 “효문점은 설립 때부터 전략적인 계획 아래 만들어졌다. 현대자동차 직원을 타깃으로 중장기적인 대형 상권 형성을 내다보며 자리잡은 것”이라 설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현재 매출 고객의 대부분이 현대자동차 직원이다. 퇴근할 때 바로 눈에 들어오는 이곳 효문지점에 들러 생각해둔 제품을 살펴보고 주문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매출 피크타임도 현대자동차의 퇴근시간 전후다.

그렇다고 주말이 썰렁하지는 않다. 매장이 위치한 북구 외에도 남구와 중구 등 울산 전역에서 드라이브를 겸해 제품을 구해하러 오는 수요가 꽤 된다. 주차가 편리하고 매장 인근이 비교적 조용하기 때문이다. 이때도 회사 부근을 친근하게 여기는 현대차 직원이 많다.

앉아서 오는 고객만 기다려서는 영남 매출 톱의 자리가 유지될 리 만무하다. 송 지점장을 포함한 20명 전직원은 매일같이 전쟁을 치른다. 울산 상권이 확대·고급화되면서 가전시장의 가격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다. 송 지점장은 “할인점이 부쩍 늘면서 매일 오전과 오후에 인근 유통점의 가전 가격을 수시로 점검한다”며 “실시간으로 주변 가격에 대응하지 못하면 찾아온 고객은 바로 돌아선다”고 말했다.

모든 직원은 제품별 기능을 넘어 제품에 사용된 부품까지 속속들이 파악해 유통점마다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묻는 고객에게 상세하게 설명할 수 있다. 또 스스로 가장 알맞은 설명방법을 찾아내기도 한다. “얼마나 열심히, 또 친절하게 설명했으면 고객이 고마운 마음에 팁까지 건넬 정도”라고 송 지점장은 귀뜸한다.

최근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기업지원 기관 및 R&D 관련 센터 등이 북구를 중심으로 속속 들어서면서 새로운 거대상권 형성을 예고되고 있다. 때맞춰 효문지점은 올 한 해를 지점 사상 최고 성적을 거두는 한 해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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