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가 만사라고, 16일 드러난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를 보고 세가지 짧은 생각이 떠오른다.
첫째는 ‘기술’이 과연 기업경영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디지털시대 신경영 필독서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과거 칭기즈칸의 몽골제국 이야기는 여러가지 시사점 가운데 ‘기술’을 강조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쟁을 치르더라도 적진의 기술자를 죽이지 않았던 유목민들의 철학이 한 시대를 변혁시킨 원동력중 하나였다는 일화다. 이건희 회장도 “기술은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며 21세기 생존조건”이라며 꾸준히 기술중시를 역설해왔다. 사업총괄 사장단 가운데 유일하게 이기태 정보통신총괄 사장을 기술총괄 부회장으로 승진, 발탁한 배경이 삼성의 기술중시 철학이라면 전폭적으로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것도 없는 우리나라가 미래에도 먹고 살 길은 결국 사람과 기술뿐이고, 그 역할 또한 삼성전자에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특유의 리더십과 진취적인 역량을 발휘한다면 기술로써 삼성전자 나아가 국내 IT산업의 신성장 동력발굴에 또 한번 공을 세울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는 ‘실적’이 경영의 모든 것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이번 인사에서 생활가전총괄 사장은 빈 자리로 남겨져 조만간 단행될 조직개편에서 결국 다른 사업총괄에 통폐합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생활가전은 오래전부터 전세계 시장이 수익성 악화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꽤 오랜기간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대대적인 칼질을 하지 않은 이유는 “그래도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번 인사가 사실상 한국 땅에서는 생활가전 사업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인지 궁금하다.
셋째는 삼성전자의 차기 CEO 경쟁 구도다. 이 부회장이 유일하게 승진했지만, 최지성 사장에게도 눈길이 쏠릴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또다른 주자인 황창규 사장은 건재를 과시했다. 억측에 가까운 흥미거리지만 바로 일주일여전 미국 라이스베이스의 ‘CES 2007’ 행사가 떠올랐다. 이재용 상무가 사상 처음 언론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자리가 최 사장의 기자간담회 자리인 것은 우연일까.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의 숨은 뜻을 헤아리는 것은 거의 퍼즐 맞추기 수준이다.
서한기자·퍼스널팀@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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