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전 세계 통신·네트워크 산업은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통신사업자나 기업을 위한 장비와 서비스로만 인식되던 네트워크 개념이 점차 가정으로 확대돼 가고 있는 것. 전화·텔레비전·냉장고·컴퓨터·DVD·오디오 등 모든 가정용 전자기기가 IP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이를 통해 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한 모든 생활 편의를 제공한다.
집 안 어디서나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주고받을 수 있는 무선 홈 네트워크로 인해 평범한 집이 ‘꿈의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거실에 편안하게 앉아 안방 PC에 저장된 음악을 들으며, TV로 디지털 사진 슬라이드쇼도 본다. 온라인 멀티 플레이 게임을 무선으로 즐긴다. 일반 전화보다 훨씬 저렴한 무선 인터넷전화(VoIP)도 가능하다.
네트워크는 이제 기업에서 가정으로, 데이터 네트워크에서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로 확장, 진화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더 이상 단순히 인터넷상에 이미 준비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컴퓨터에 접속하지 않는다. 사용자가 주체가 되어 인터넷상의 콘텐츠를 만들고 방송 내용도 직접 골라보는 시대가 왔다.
전 세계 네트워크 기술과 시장을 선도해온 시스코가 일반 개인과 가정을 정조준하며 전체 사업방향 궤도를 수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회사는 기업용 통신 장비업체라는 기존 이미지를 벗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휴먼 네트워크’ 업체로 변신 중이다.
미래 시장에 대비한 네트워크 장비업계의 혁신 노력은 시스코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세계 통신장비 업계에는 매머드급 인수합병(M&A)이 봇물을 이뤘다. 프랑스 알카텔과 미국 루슨트의 합병을 시작으로 지멘스와 노키아도 통신장비 사업을 통합해 합작사를 만들었다. 여기에 스리콤도 화웨이와 공동 설립한 화웨이-스리콤의 지분 100%를 인수하며, 시장을 주도하는 선두 기업의 대형화가 이어졌다.
특히 알카텔과 루슨트의 합병은 여러 해 동안 무선 및 유선통신 장비시장에서 경쟁해 온 두 라이벌 기업의 합병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 연말, 합병이 완료됨으로써 연간 245억달러를 벌어 들이는 공룡 기업이 탄생했다. 알카텔-루슨트는 글로벌 네트워크 솔루션 시장에서 유선 부문 1위, 무선 부문 3위, 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 부문 3위, 유럽지역 기업 솔루션 부문 1위 등 네트워크·통신장비 각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통신장비 업계의 인수합병은 ‘컨버전스’라는 시장 기회를 잡기 위해서다. 통신서비스를 중심으로 홈네트워크,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인터넷TV(IPTV)와 같은 컨버전스 형태의 새 서비스가 사용자들의 호응을 얻자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이합집산을 시작했다.
인터넷전화(VoIP), 휴대인터넷(와이브로), DMB 등 융합형 서비스가 등장하고 유무선, 통신·방송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통신사업자들은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보다 간단하고 효율적으로 구현하길 원한다. 과거, 통신망에서 음성과 데이터가 지나다닐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큰 용량의 비디오 신호가 원활하게 서비스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통신 속도보다 10배 아니 100배 이상의 속도가 필요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부분의 통신사업자에게는 IPTV 서비스가 주요 화두가 될 것이며, 이는 곧 통신망 업그레이드 투자로 이어질 전망이다.
아울러 네트워크와 보안이 통합되고 신규 애플리케이션 지원 및 사용자 접속 관리의 요구가 커짐에 따라 올해 시장에서도 단일 제품보다는 솔루션 기반의 접근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통합 솔루션은 비용을 절감시켜줄 뿐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성능 지연의 원인을 줄여 준다.
통신장비 업계는 “과거 1∼2년이 차세대 시장을 열기 위해 시장을 만들어 온 시기였다면 올해는 이러한 주요 시장에서 실질적인 매출을 거둬들이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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