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여름 부산 광안리 백사장에서 열린 ‘스카이 프로리그’ 결승엔 10만명의 관객들이 몰렸다.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다. e스포츠의 열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7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 앞엔 3시부터 길게 줄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5시부터 시작하는 ‘스카이 프로리그 2006’ 후기리그 결승을 보기 위해서다. 이날 4000명이 넘는 관중이 경기장을 꽉 채우고 6시간 가까이 진행된 경기를 지켜봤다.
이들이 뿜어내는 열기는 국내 e스포츠의 인기와 높은 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1990년대 후반 세계를 휩쓴 ‘스타크래프트’ 열풍이 PC방과 초고속인터넷이라는 한국적 상황과 맞물려 e스포츠라는 문화를 만들어냈다. 프로게이머는 학생들이 선망하는 직업 1순위로 꼽히고 대기업들도 앞다퉈 후원에 나섰다.
◇e스포츠의 탄생=1997년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등장했다. 당시 동네마다 생기기 시작한 PC방과 집집마다 깔린 초고속인터넷은 네트워크를 통한 대결이 가능한 스타크래프트의 인기에 불을 질렀다. 혹은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PC방과 초고속인터넷 수요를 부추겼다고도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00년에 이르기까지 마니아층과 PC방을 중심으로 경기단과 소규모 리그들이 생기며 단순한 게임의 범주를 넘는 스포츠화의 가능성이 엿보였다.
2000년 전자신문이 최초로 ‘e스포츠’ 섹션을 신설하면서 e스포츠라는 용어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온게임넷과 MBC게임 등 게임 전문 채널이 생겨 게임 중계를 시작하면서 선수와 관객, 미디어가 존재하는 스포츠의 틀이 잡혔다.
2004년 이후에는 정부도 정책적으로 e스포츠 육성에 나서고 대기업의 창단 러시, 고액 연봉 선수 등장으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게임 종목도 점차 확대돼 현재 한국e스포츠협회에는 20여종의 공인 종목이 있다.
◇e스포츠, 스포츠, 게임=e스포츠를 ‘학술적’으로 정의하면 게임 등 전자적 환경에서 정신적·신체적 능력을 이용하여 하는 경기 및 부대 활동을 말한다. 경쟁과 유희성을 포함하며 넓게는 게임을 이용한 대회는 물론, 게이머와 해설자, 방송국 등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또 일반 게임 문화와는 다른 새로운 문화 코드이기도 하다. 이 새로운 게임 스포츠 문화는 한국이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e스포츠가 일반 전자 게임과 구별되는 점은 공정한 경쟁 조건을 전제로 한다는 것과 일정시간 내에 종료되는 시간의 제한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끝없이 계속되는 MMORPG는 e스포츠가 될 수 없다. 사람과 사람의 대결로 요행이 아닌 노력과 재능을 바탕으로 유의미한 기록이 산출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또 관전이 가능해야 한다. 게임을 하는 사람뿐 아니라 보는 사람도 재미를 느껴야 한다는 것.
그럼 e스포츠는 스포츠일까? 스포츠는 일정한 규칙과 경쟁, 승부라는 게임의 특징과 함께 조직적·경쟁적 신체활동이라는 독자적 특성이 있다.
e스포츠 선수는 빠른 마우스 조작 등 신체적 능력을 필요로 한다. e스포츠와 종종 비교되는 것이 바둑이나 체스. 바둑이 대한체육회의 준가맹단체로 승인받고 체스가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이른바 ‘두뇌스포츠’의 입지는 넓어지고 있다.
◇e스포츠의 산업화=e스포츠는 다른 프로 스포츠와 같은 산업적 구조를 갖춰가고 있다. 일반 게이머(팬)와 프로게이머(선수)를 중심으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사 및 한국e스포츠협회 등의 2차 참여자, 신문·방송 등의 미디어가 참여한 생태계를 이뤘다.
관람객을 유인할 수 있는 콘텐츠로서 게임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PC방 등 네트워크 관련 산업과 모니터·마우스 등 전문용품 시장을 확대하는 역할을 한다. 또 미디어에 활용되는 콘텐츠로서 미디어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물론 아직 산업으로서의 수익 구조가 완비된 것은 아니다. 프로야구같은 일반 프로스포츠가 후원과 방송 중계권, 티켓 판매 등 다양한 수익원을 갖고 있지만 e스포츠는 아직 기업 후원 중심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청소년층의 인기를 확인한 기업들이 e스포츠를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
게임단 운영 비용은 보통 연간 12억원 정도로 160억원이 들어가는 프로야구단의 10분의 1 미만이다. 반면 비용 대비 홍보 효과는 3∼4배에 이르는 저비용 고효율 스포츠다. 특히 게임을 좋아하는 지금 10대들이 경제력을 갖춘 성인이 됐을 때를 생각하면 엄청난 잠재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또 향후 중계권료·캐릭터 상품 등의 판매가 자리를 잡고 IPTV, DMB 등 새로운 미디어의 콘텐츠로 e스포츠의 수요가 늘면서 e스포츠의 산업적 파급 효과는 더 커질 전망이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
◆인터뷰-마재윤 선수
“프로게이머의 생활은 자기와의 싸움입니다.”
2006년 MSL과 슈퍼파이트 우승자, 한국e스포츠협회 랭킹 1위. CJ엔투스의 ‘본좌’ 마재윤(20)이 말하는 프로게이머의 생활은 화려함과 고독함이 공존하는 세계다.
마재윤 선수는 “경기장에서 팬들의 응원이 느껴질 때, 치열한 접전 끝에 우승했을 때는 정말 행복하고 프로게이머가 되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며 “그런 행복감이 프로게이머의 원동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밝은 면만큼 힘들고 어려운 부분도 감당해야 하는 것이 프로게이머. 마선수는 “언론엔 팬들의 사랑, 상금, 인기 등 좋은 측면만 부각되지만 정말 열심히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e스포츠계”라며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은 청소년이라면 신중히 생각하고 결단하라”고 당부했다.
실제 프로게이머들의 생활은 단조롭다. 게임단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아침 9시에 경기단 전체가 2시간 정도 운동 시간을 갖고 점심 후 1시부터 5시까지 연습. 저녁 식사와 간단한 휴식 후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 다시 연습. 공식 일정은 여기까지지만 이후에도 개인 연습을 많이 한다. 이르면 새벽 4시까지 연습하기도 한다.
마선수는 “한창 친구들과 어울릴 나이에 놀지도 못하고 하고 싶은 것도 포기하고 단체 생활과 힘든 연습을 견뎌야한다”며 “정말 열심히 자기와 싸워야한다”고 설명했다.
마선수는 좋은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선 꾸준한 노력과 건강 등 자기 관리, 그리고 끊임없이 머리를 쓰며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임요환 선수처럼 꾸준히 자기 관리하며 나이 들어도 게임을 계속하고 싶다”는 마재윤 선수는 해외 여행을 두루 하고 싶은 보통 청년이기도 하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
◆e스포츠 관련 학과
e스포츠가 새로운 산업이자 문화로 자리잡으면서 e스포츠와 관련된 다양한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게임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라면 최근 새로 생기기 시작한 e스포츠 관련 학과에서 미래를 개척해보면 어떨까?
청강문화산업대(학장 이수형)는 e스포츠와 게임 관련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e스포츠게임과를 신설하고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기존의 컴퓨터게임과가 주로 게임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춘 반면 e스포츠게임과는 게임제작과 운영, 서비스, 마케팅 등 게임의 전반적인 부분을 다룬다. 컴퓨터게임과가 1차 산업이라면, e스포츠게임과는 3차 서비스업이라고 볼 수 있다.
e스포츠 운영 및 전략 분석, 게임 방송, e스포츠 비즈니스 및 마케팅 등을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구성, e스포츠 기획자 및 평론가, 기자, 관련 마케팅 업체 등으로 진로를 열 수 있다. e스포츠의 필수인 네트워크 및 서버 운영, DB 분석 등 게임 운영 관련 내용도 배울 수 있다.
김도경 학과장은 “향후 발전 가능성과 장래성 측면에서 e스포츠는 가장 유망한 분야”라며 “책을 골고루 읽으며 소양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남과학대학(학장 조성수)도 올해 e-스포츠과를 신설, 신문화산업으로 발전하며 새로운 직업군을 만들어가고 있는 e스포츠 산업에 필요한 전문 인력 양성에 나선다. 졸업 후 프로게이머나 e스포츠 기획자, 게임마케터, e스포츠 경영전문가 등으로 활동할 수 있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
◆학교 신문 보내기 업체소개-블루코드테크놀러지
블루코드테크놀러지(공동대표 강대석·김민욱 www.bluecord.co.kr)는 크린룸 제어시스템 등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로 2003년 디지털 음악 기업인 뮤직시티를 인수해 음악서비스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디지털 음악 사업 분야에서 수익 극대화를 위해 도레미미디어, 두리스타, 오스카이엔티 등 음원 생산 기업을 인수, 계열사화했다. 디지털 음악 시장에서 안정적인 음원을 확보하고 사업간의 시너지 효과를 유발하기 위한 전략이다.
온라인 음악사이트 뮤즈(www.muz.co.kr)을 통해 B2C 시장을 공략해 온 블루코드는 올해에는 B2B 시장 진출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삼성미디어스튜디오, MSN, 싸이월드 등 30여개의 전문사이트에 음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오프라인 매장음악서비스를 이마트, 대한항공, GS리테일, 홈플러스 등 3000여개 매장에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국 40만개 소매점 대상으로한 매장음악 서비스 시장에 진출, 자동컨설팅시스템을 도입해 맞춤형 배경음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강대석 블루코드 사장은 “청소년기는 창조적인 사고 능력을 향상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중요한 시기”라며 “신문 읽기는 이 시기에 미래에 대한 예지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학교 신문보내기 캠페인에 동참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강 사장은 또 “청소년들이 IT의 발전 동향을 잘 파악하면 IT기술과 상상력이 결합된 미래 지향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여기에 디지털시장의 변화를 가장 빠르게 보도하는 전자신문의 기사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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