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해외에서 승부를 내자.’
반도체·LCD장비업체 CEO들이 연말·연시도 잊고 해외 출장길에 바쁘다. 아예 일본·대만 등 해외지사에서 ‘현지 시무식’을 따로 갖는 업체도 있다. 올해 극심한 내수 부진이 예상되는 LCD 장비업체의 경우 이참에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자는 포부다.
고석태 케이씨텍 사장은 다음주 대만과 일본을 각각 1박 2일 코스로 다녀오기로 했다. 해외 지사 직원들과 조촐한 시무식을 갖고, 시장개척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고 사장은 “올해는 해외시장 개척이 가장 큰 화두”라며 “현지 직원들도 회사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김문환 엔트로피 사장은 지난 연말부터 일주일 간격으로 대만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올 상반기 가동 예정인 대만 1800평 조립공장 건립이 막바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대만 공장을 발판으로 대만은 물론 중국시장 개척의 원년으로 삼자며 현지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허광호 ADP엔지니어링 사장, 노승민 에스티타이 사장, 박용석 디엠에스 사장 등도 마찬가지다.
노 사장과 박 사장은 이미 지난 연말을 대만에서 보내며, 대만 LCD패널업체 관계자들을 잇따라 만나는 강행군을 펼쳤다. 노 사장은 “연초에도 중요한 미팅이 잡히면 언제든 날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대만에 지사를 둔 ADP 허 사장도 이달 ‘현지 시무식’을 겸한 시장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지금까지 국내 영업에만 집중했던 이들 CEO가 해외 비즈니스에 열을 올리는 것은 삼성전자, LG필립스LCD 등 세계적인 기업에 장비를 납품하면서 그 만큼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 여기에 상반기 대만, 하반기 중국 등에서 잇따라 LCD 생산라인 투자가 예정돼 수주에 무척 공을 들이고 있다.
디엠에스 관계자는 “LCD의 경우 국내 투자가 올해 조금 위축되는 양상이어서 해외로 더욱 눈을 돌리는 양상”이라며 “국내와 마찬가지로 대만, 중국에서도 한국업체 끼리 격돌할 조짐”이라고 말했다.
ADP 허 사장은 “국내업체간 경쟁도 경쟁이지만, 엔저를 무기로 한 일본업체와도 힘겨운 승부가 예상된다”며 “이미 지난해 일본업체에 해외 물량을 많이 빼앗긴 만큼, 국내 업체간 수출 연대도 매우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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