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에 침 묻혀가며 책장을 넘겨보던 만화가 온라인을 넘어 모바일이란 새로운 플랫폼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성인물이거나 인기만화를 그대로 스캔한 것에 불과했던 모바일 만화는 최근들어 모바일 환경에 맞춘 작품의 등장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새해 SKT, KTF 등 각 이동통신사들이 모바일 콘텐츠 정액제와 데이터 요금 인하를 실시하면서 모바일 만화 시장도 급상승세를 예고하고 잇다. 최근 이 시장에서 주가가 급상승중인 ‘피자보이를 시켜먹다’와 ‘그녀석을 좋아하는 그놈’의 작가를 만나봤다. 스스로 만화가로서는 ‘초짜’라고 말하는 스물 여덟 동갑 내기 장재웅·김석수 두 작가를 만나봤다. 그들이 생각하는 모바일 만화와 모바일 만화 시장 얘기를 들어봤다.
◇`그녀석을 좋아하는 그놈`의 김석수 작가=“예전에는 모바일 만화의 중심이 성인 만화였는데 요즘은 장르도 다양해지고 질도 높아진 걸 느낍니다.” 2003년 ‘기절초풍 빠기천하’로 대원수퍼만화대상 가작을 수상하며 프로로 데뷔한 김석수 작가(28)는 처음 모바일 만화를 접했을 때와 현재의 차이에 대해 “만화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발전했을 뿐 아니라 콘텐츠도 우수해졌다”고 말한다.
그의 데뷔 작품인 ‘기절초풍 빠기천하’는 잡지에서 연재되다가 포털사이트 싸이월드·다음 등에서 연재된 일반적인 경우다. 반면 두 번째 작품 ‘그녀석을 좋아하는 그놈’은 모바일 전용으로 제작됐다. 김 작가는 “모바일 만화는 스토리의 호흡이 짧고, 한컷 한컷 넘기면서 봐야 하기 때문에 연출 방식도 온라인이나 종이책과는 차별화 된다”고 설명한다.
긴 이야기 전달이 불가능한 한계가 있긴 하지만짧고 톡톡 튀는 이야기 전달에는 모바일이 최적이란 게 그의 지론이다. 최근 휴대폰 화면의 해상도가 높아져 밑그림은 물론이고 색을 입히는 작업에도 신경을 써야 한단다.
김 작가는 “새로운 매체가 생길 때 기존의 콘텐츠를 가지고 장사하는 것보다는 신규 콘텐츠를 만들고 그 환경에 맞는 창작물이 있어야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앞으로 모바일 뿐만 아니라 종이책과 온라인을 다 아우르는 만화를 기획해서 좋은 작품을 내놓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가 2000년부터 구상했던 이 작품은 남자가 되고 싶은 여자와 자신이 여자라고 생각하는 남자의 사랑 이야기로 현재 SKT, KTF 등에서 주 1회 업데이트돼 총 30회 중 20회까지 연재가 진행됐다. 주 독자층은 10∼20대이며 작품의 내용이나 질에서 모바일 만화의 특성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피자를 시켜먹다’의 장재웅 작가=“얼마전 아버지 휴대폰으로 제 작품을 보는데 모바일에 잘 맞는 면이 있는 걸 발견했어요.”
장재웅 작가(28)의 생애 첫 작품인 ‘피자를 시켜먹다’는 요즘 모바일 만화 시장에서 가장 잘 나가는 작품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시퀀스가 짧은 것”이 모바일에 잘 맞는 특성이라고 분석하다. 또 “대화나 독백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많기 때문에 휴대폰에서 보기에 더 편한 것 같다”고 설명한다.
첫 작품이지만 그가 쌓은 내공은 만만치가 않다. ‘삼국전투기’ ‘하대리’로 유명한 만화가 최훈의 어시스턴트로 몇 년간 일했고 틈날 때마다 카메라를 들고 나가 작품에 쓸 만한 자료를 모았다. 실제 피자보이를 시켜먹다의 자료 역시 그가 다 모은 것이다.
데뷔 전 준비기간이 길어지자 다른 곳에서 유혹도 꽤 있었다고 한다. 몇몇 게임회사에서 게임 원화를 그려달라는 제의가 들어왔지만 “그건 만화가로서는 실패한 삶”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만화 창작 활동을 지속했다고 한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나도 만화가’ 코너에 올린 ‘피자보이를 시켜먹다’는 원래 2컷 짜리 시퀀스에서 시작해 3회 분량으로 기획했었다. 만화가 인기를 얻자 연재 횟수도 길어졌고, 콘텐츠 제공업체(CP)와 계약해 현재 SKT와 KTF에서 서비스 중이다.
그의 작품을 모바일로 서비스 할 때 CP들이 터무니 없는 조건을 내거는 경험도 겪었다. “실제 유명 만화가의 편당 고료가 1∼2만원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며 아직까지 모바일 만화 시장이 만화가의 창작을 경제적·현실적으로 지원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장 작가는 “피자를 시켜먹다가 첫 작품이고 스스로는 아직 부족한 게 많은 데 비해 좋은 기회가 많이 찾아 온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4∼5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데뷔한 그의 머릿 속에는 이미 4편이나 되는 차기작이 구상돼 있다고 한다. 그 중 한 편은 피자보이를 시켜먹다의 후속작이다. 그가 ‘회심작’으로 준비하고 있는 또다른 작품은 모바일과 온라인 만화의 특징인 ‘컬러’ 만화에서만 표현할 수 있는 획기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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