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끝난 줄 알았는데 대만지진이 터지지 뭡니까.”
지난 27일 중장기 통신정책방향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끝나고 ‘이걸로 올해 일은 다했으니 속이 후련하겠다’며 건넨 말에 돌아온 정보통신부 관계자의 답변이다.
올 한 해 통·방융합과 함께 통신 분야의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규제 로드맵의 큰 그림이 그려졌으니 사실상 올해 지을 농사는 다 지은 셈인데도 예상치 못한 통신망 불능 사태로 최소한의 여유도 누리지 못하게 됐다며 허허 웃는다. 연말연시 통신망 폭주까지 감안하면 해저케이블이 완전히 복구되는 1월까지 지나가는 해의 아쉬움도, 다가오는 새해의 기쁨도 누릴 겨를이 없는 것이 지금 통신업계의 현실이다.
올 한 해 통신업계는 쉬지 않고 달려왔다. 와이브로·HSDPA와 같은 차세대 통신서비스를 선보여 시장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통사들은 무선인터넷 요금을 내리고 성인콘텐츠를 없애는 등 그 어느 해보다 수익성과 공익성 사이에서 고민했다. 때로는 휴대폰 보조금으로 아웅다웅하고, 초고속인터넷 과열경쟁으로 으르렁거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제 좁은 국내에서 싸울 일이 아니다’며 해외시장 개척도 열심히 하러 다녔다. 통신업계 CEO들은 경영전략가뿐만 아니라 때로는 산타로, 때로는 와인을 직접 서비스하는 웨이터로 1인 다역을 자처했다.
업계만이 아니다. 정통부는 또 어떤가. 통·방융합을 위해 수많은 부처와 기관을 만나며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협력하며 기구통합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 정책방향 제시를 위해 11월 이후에 연 공청회만도 세 번이나 된다. 결합판매·역무통합에 이어 중장기 규제 로드맵에 이르기까지 정책의 틀을 바꾸는 방대한 작업을 시도했으니 담당 팀장들이 올 한 해 제대로 발뻗고 잠을 자본 적이 몇 번이나 됐을까.
하지만 다행인 것은 교수신문이 선정했다고 하는 올해의 사자성어 밀운불우(密雲不雨)가 적어도 통신 분야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통신시장 정체’와 ‘통·방융합 지연’이라는 구름이 잔뜩 낀 상황은 맞지만 그래도 ‘규제완화’와 ‘융합기구 설립’이라는 시원한 빗줄기가 곧 내릴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새해에는 더 바빠질 게 틀림없다. 소모적인 분주함이 아니라 통신산업 발전을 위한 생산적인 활기로 승화시키는 것이 모두의 과제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이 밀운불우가 될지도 모른다. 올 한 해 IT산업을 위해 애쓴 모든 분의 건강과 건승을 기원한다.
조인혜·u미디어팀 기자@전자신문, ih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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