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찾아서]­엑스크립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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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원의 3분의 1은 항상 외국에 나가 있기 때문에 원래 사무실과 연구실에 사람이 적습니다.”

조용하고 쾌적하지만 한적했던 수신제한시스템(CAS) 업체 엑스크립트의 연구소와 사무실을 둘러볼 때 손광섭 사장이 말했다. 늦은 오후에 방문한지라 직원들이 대부분 퇴근했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간단한 설명이지만 그만큼 국내보다 해외에서 영업을 활발히 해 온 실적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다.

엑스크립트는 2003년 설립된 국내 업체다. 해외에서 주 사업을 전개해 온 터라 국내에서 언론 등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 점이 자랑이다. 일찍부터 외국에 진출해 인정받은 기술력과 노하우가 국내 사업에 더욱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방송 장비나 솔루션 사업은 안정성과 보안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해외 업체 공급 실적이 엑스크립트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실제로 엑스크립트는 지난해 유럽·중동·아프리카 등지에서만 500만달러 이상의 CAS와 위성방송 수신모듈 등을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사무실에 딸린 40평 남짓한 연구소에서는 각종 계측기·다중화기·단말기가 여기저기 자리잡고 있었다. 위성방송 수신용 모듈과 CAS를 각 단말기에 탑재됐을 때 실제로 얼마나 잘 구동되는지를 테스트하는 용도다.

김기섭 연구소장은 연구소에 대한 자신감이 상당했다. “작은 곳이지만 여기에서 엑스크립트의 기술이 태어나고 있습니다.”

연구소 실적 중 엑스크립트가 자랑하는 것은 ‘다이나믹 CAS’와 ‘심(SIM)모듈’이다. 심모듈은 CAS가 장착되지 않은 위성방송 셋톱박스의 외부 시리얼 포트에 장착할 수 있는 CAS가 탑재된 모듈이다. 유료방송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셋톱박스를 유료방송용으로 만들어준다. 동구권 등 유럽 일부 지역과 중동·아프리카를 겨냥했다.

“방송사는 사용자의 셋톱박스를 교체해 주거나 보조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 외부장착 기기인 SIM 모듈은 셋톱박스 제조업체도 로열티를 지급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모든 사업자가 윈윈 관계를 갖게 됩니다.”

손광섭 사장은 SIM모듈이 엑스크립트만의 특허기술이며 올해 중동지역에서 뜬 위성방송 알 자지라에 10만개 이상을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방송 송출 과정에서 암호화된 신호의 해독코드를 함께 송출하는 ‘다이나믹 CAS’도 엑스크립트의 성과다. 많은 CAS는 한번 해킹당하면 전체 가입자의 셋톱박스나 CAS 관련 부품을 교체해야 한다. 그러나 다이나믹 CAS는 해독코드를 실시간으로 변경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CAS가 해킹당하더라도 송출 정보만 바꾸면 되기 때문에 셋톱박스나 스마트카드를 교체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엑스크립트는 새해에 국내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전 세계 방송계에 자국 CAS를 사용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국 케이블TV 시장은 초기에는 해외 업체들이 시장을 완전 장악했지만 이제는 노벨동팡, 산둥CTI 등 중국 업체들의 입지가 훨씬 커졌습니다. 우리나라 방송사업자도 같은 방향으로 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일단 내년 구축될 지상파 DMB 단일 CAS 구축 사업을 시작으로 케이블TV 시장에도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연구소에서는 지상파 DMB용 CAS의 개발을 끝내고 관련 장비와의 정합테스트가 한창이다.

손 사장은 새해 엑스크립트가 이룰 성과를 자신하며 이를 주목해 주기를 당부했다. “국산 CAS를 보급해 국내 디지털 방송 발전에도 기여하겠습니다.”

최순욱기자@전자신문, choi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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