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해가 저물어 간다. 고유가, 경상수지 악화 등 악재가 많았던 경기 속에서도 올해 국내 IT 서비스는 시장 평균 성장률을 상회하는 우수한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의 급부상으로 대변되는 글로벌 아웃소싱이 계속 확대돼 글로벌화와 전문화는 우리에게도 피할 수 없는 과제임을 인식시켜준 해이기도 하다. 또 서비스 혁신을 통해 지속적인 서비스 발전을 위한 학문적인 화두인 서비스 사이언스가 국내에서도 논의되기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기업들의 IT 서비스 이용 내용과 범위가 확대되면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서비스가 활용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문제 역시 CIO와 IT 매니저들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유틸리티 컴퓨팅은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 IT 서비스 활용의 진화를 위한 컴퓨팅 방법론이다.
유틸리티 컴퓨팅이란 표준화된 프로세스, 관리를 통해 비즈니스의 가용성을 높일 수 있는 IT 인프라 및 자원을 적기에 제공하는 것으로 수도·가스·전기처럼 사용량에 따라 비용이 발생되는 컴퓨팅 모델을 얘기한다. 즉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의 IT를 서비스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금 방식, 비즈니스 모델, 설비 운영의 자동화 및 서비스 수준 협약(SLA)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방식과 이를 가능케 하는 기술들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
이런 개념이 등장한 것은 IT 아웃소싱 서비스가 발달하게 된 비즈니스 환경과 그 맥락을 같이한다.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이를 뒷받침할 IT 인프라도 유연한 투자와 운영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정비용을 줄이고 비즈니스 활성화와 맥을 같이하도록 변동비화하고 컴퓨팅 용량 증설을 위한 계획과 관리에 들어가는 인력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 개념을 업계에 처음 소개한 IBM은 유틸리티 컴퓨팅의 비전을 IT 아웃소싱 서비스만이 아니라 컴퓨팅 인프라, 애플리케이션과 비즈니스 프로세스까지 기업 전반의 운영을 ‘온 디맨드화’할 수 있는 핵심 기술 기반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유틸리티 컴퓨팅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술과 업무 프로세스 구성 요소들이 잘 규명될 수 있어야 한다. 표준화해야 할 부분과 아닌 부분을 명확히 규명하고, 이에 맞는 아키텍처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기술 요소가 조직 내외 간에 공유돼야 하고, 어떤 업무가 글로벌하게 똑같이 여러 곳에 구성돼야 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또 어느 부분은 업계 표준을 도입할지, 혹은 자사의 경쟁력을 위한 고유 부문을 독자적으로 개발해야 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일단 표준화된 기술과 프로세스를 도입하기 시작했다면 해당 기업 고유의 전략적 프로세스를 수용할 수 있는 플러그 인 컴포넌트를 구성한다. ‘플러그 앤드 플레이’ 방식의 IT 아키텍처가 구성됐다면 기업 내부 처리 혹은 외부 아웃소싱 도입을 쉽게 결정해 도입할 수 있다.
유틸리티 컴퓨팅이 실현되면 전통적인 아웃소싱의 장점인 비용 절감, 용량의 유연한 조절, 전략적인 주요 분야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을 한층 강화시킨다.
IDC에 따르면 국내 IT 서비스 시장은 2010년까지 연평균 6%의 성장률을 보이며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보고서에서는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SOA) 표준 지향 플랫폼 확대와 더불어 성장의 주요 동인 중 하나가 유틸리티 컴퓨팅 모델 채택이 증가하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IT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이제는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모색할 때다. 유틸리티 컴퓨팅 확대가 하나의 대안이 될 것으로 본다.
◆천태욱 한국IBM 비즈니스파트너사업본부 실장/전문위원 tochun@kr.ib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