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법’‘게임법’‘금연법’ 등 3개 관련법령에 발목 잡혀 존립 근간마저 흔들려 디지털 콘텐츠의 핵심인프라…전문가 “복합 문화 체험관 육성이 궁극적 대안” 대한민국이 온라인게임 ‘종주국’으로 부상하는데 일등공신 중 하나인 PC방이 무너지고 있다. ‘바다이야기’ 사태의 후폭풍과 ‘도박 PC방’의 범람에 따른 후유증으로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잇따르면서 10년만에 그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건축법 개정으로 사업장 면적 규제(45평이하)의 후유증이 여전히 잔존한 상황에서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에 따라 기존 ‘자유업’에서 ‘등록제’로의 전환이 예정돼 있는 탓이다. 이미 업소간의 저가 경쟁과 메이저 게임업체들의 잇따른 유료화 등으로 궁지에 몰릴대로 몰린 PC방산업이 마치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양상이다. ‘죽느냐, 사느냐’. 존폐의 기로에 선 PC방 산업의 현주소와 이에따른 파장, 그리고 그 대안을 긴급 점검한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계류중인 게임산업진흥법(게임법) 1차 일부 개정안 중 PC방과 관련된 핵심 내용은 제 26조 2항에 규정된 등록제의 실시이다.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 즉 PC방을 영위하고자하는 자는 문화관광부령이 정하는 시설을 갖춰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등록을 하지 않으면 불법 시설물로 간주한다는 의미이다. PC방은 원래 법률상 ‘멀티미디어문화컨텐츠설비제공업’으로 명명됐으나, 게임법 개정안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협의의 용어로 바뀌었다. 개정안은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곧바로 시행될 예정이어서 기존 영업중인 PC방들도 6개월안에 모든 등록을 마쳐야한다. 결국 2001년 등록제에서 신고업으로 전환하고, 2002년 완전 자유업으로 풀린 이후 다시 5년전으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정부가 지난 98년 규제개혁위원회까지 만들어 대대적인 규제 완화 정책을 펼치며 ‘작은정부’ 구현을 외치고 있는 상황에 유독 PC방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나선 이유는 간단하다. 한마디로 사행성 게임의 뿌리를 잘라내겠다는 것. ‘바다이야기’ 같은 사행성 게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마치 ‘풍선효과’ 처럼 온라인 도박장, 즉 성인 PC방이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이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선 지금의 자유업종 구조를 등록제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 엎친데 덮친격 ‘3대 改惡’ 그러나, 이는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라는게 PC방업계의 주장이다. 이미 사실상 도박장인 성인PC방을 성인오락실과 같은 사행성 게임제공업으로 분류하고 있는 상황에 굳이 일반 PC방까지 등록제로 목을 죄는 것은 너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등록제 실시로 현재 학교보건법상 정화구역내에 있는 PC방은 모두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 PC방은 현재 상대정화구역(학교출입문으로부터 200m까지 중 절대정화구역 제외)내에선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운영이 가능하다. PC방사업자단체인 인터넷PC문화협회(인문협, 회장 박광식)에 따르면 현재 정화구역내 PC방은 2500여곳으로 추산되며 이는 전체 PC방(약 2만개)의 12.5%에 해당한다. 설상 가상, 지난 5월9일 공표된 건축법 시행령에 따라 PC방 바닥면적이 45평(150㎡)을 넘을 경우 ‘2종근린생활시설’에서 ‘판매시설’로 용도를 변경하도록 바뀌어 막대한 추가 시설 투자 비용과 인허가 부담을 감수해야한다. 특히 판매 시설로 용도가 변경될 경우 주택가나 학교 정화 구역내엔 입지 자체가 불가능해 사업상의 상당한 불이익이 따른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종 근린시설에 규정된 PC방의 기준치는 개정전까지 약 150평(500㎡)었다는 점에서 무려 4분 1 가까이로 대폭 축소된 것이다. 이는 중국 등 해외 PC방이 빠르게 대형화되고 있는 국제 추세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외에도 국민건강증진법상의 금연시설 규제(일명 금연법)가 비현실적·비효율적인데다가 ‘전면 금연장화’ 압박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건축법, 국민건강증진법, 게임산업진흥법 등 3대 관련법의 ‘개악(改惡)’이 대한민국 IT 및 게임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PC방을 천길 낭떠러지로 밀고 있다”고 지적했다. # “산업 뿌리마저 흔들릴 우려” “몇년전만해도 ‘IT산업의 핵심 인프라’라는 평가 속에서 사업도 할만 했는데, 이젠 정부가 나서 ‘아예 사업을 하지 말라’는 듯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쏟아내는 통에 도무지 일할 맛이 나지 않습니다.” PC방 프렌차이즈를 운용하는 A사 사장의 말이다. 건축법 개정에 이은 게임법 개정으로 PC방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 정책이 잇따르자 일선 PC방 업주들은 거의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져있다. 갈수록 규제가 완화되고 있는 다른 업종과 비교, ‘상대적 박탈감’만 커지고 있다. 업황도 갈수록 나빠지는 추세다. 전체적인 온라인 게임시장 파이는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바다이야기’ 사태 후폭풍과 고성능 PC의 일반화로 청소년 유저들의 PC방 이용률 눈에띄게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도 업소간의 가격 경쟁으로 수익률이 급격히 낮아져 손익분깃점(BEP)을 맞추기가 어려운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선 시간당 이용 요금이 무려 300원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거의 같은 콘텐츠를 사용하는 PC방 특성상 이용료가 유저들을 흡입하는 절대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적지않은 PC방들이 온라인게임 아이템을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작업장으로 전락하거나 고스톱 등 게임머니를 중개하는 이른바 ‘혈상’까지 겸업하는 곳이 급증하는 실정이다. 유력 온라인게임 서비스사들의 잇따른 PC방 IP과금 부담도 날로 가중되고 있다. 과거엔 몇몇 빅히트 MMORPG의 경우만 PC방 유료화를 단행했으나, 최근엔 대박 캐주얼게임으로까지 확대돼 게임업체에 지불하는 콘텐츠 사용료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게 사실이다. 엎친데 덮친 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위로는 법과 제도의 압력에 시달리고, 아래로는 게임업체들의 압박이 가중되는 지금같은 열악한 구조에서 누가 PC방을 운영하려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정부와 게임업계의 홀대가 계속된다면 청소년 대상의 아케이드 게임장처럼 국내 PC방산업이 머지않아 뿌리가 뽑히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만약 이같은 거듭되는 악재에 밀려 PC방 산업의 근간이 흔들린다면 게임산업 전체에 미치는 여파가 막대할 것이란 점이다. 누가 뭐라 해도 PC방은 2000년대 이후 청소년들의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며 온라인게임 저변 확대에 톡톡히 기여해왔다. ‘스타크래프트’와 e스포츠 열풍을 일으킨 것도, ‘리니지’ ‘카트라이더’ ‘스페셜포스’ 등 많은 국민게임이 배출하게된 배경도 PC방과 관련이 깊다. 최근들어선 업계의 대표적인 마케팅툴이자 새로운 수익원 역할을 하고 있다. 그야말로 온라인게임 산업의 첨병인 셈이다. PC방산업이 무너진다면 국내 온라인 게임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불보듯 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 규제의 근저에 깔려있는 ‘PC방의 불건전성’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도 PC방을 게임산업의 필수불가결한 인프라로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의 대승적 마인드 전환을 통한 정책적 배려가 선행돼야한다는게 중론이다. # 대승적 마인드 전환 필요 PC방에 대한 산업적·문화적 가치를 재평가해 사행성 게임제공업과는 다른 차원에서 탄력적인 정책 운용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특히 건축법상의 PC방 면적 규제 등 시대 착오적 정부 정책은 시급히 개선돼야한다는게 중론. 업계 스스로도 소모적인 저가 경쟁을 자제하고 ▲자체 콘텐츠 개발 ▲대형 프렌차이즈화 ▲고급화 등을 통한 자구책을 소홀히해선 곤란하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궁극적으로 PC방 문제의 바람직한 해법은 ‘복합문화공간’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게임을 축으로 영화, 애니메이션, 음악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와 오프라인의 레포츠를 접목, 지금처럼 20대 전후 게임폐인들만을 위한 PC방이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원하는 콘텐츠를 원스톱으로 즐길 수 있는 ‘21세기형 문화 체험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콘텐츠간의 퓨전화 현상과 ‘원소스 멀티유즈’(OSMU)의 부상에 비춰봐도 이는 매우 적절한 선택”이라고 입을 모은다. ◇ 위기의 PC방 이렇게 생각한다 | 박광식 인터넷PC문화협회회장 "등록제 전환은 시대착오적 발상" 다른 업종과 형평성 고려해야…법제정보다 집행과정이 더 긴요 “PC방을 단순한 게임장으로 보는 것은 곤란합니다. 특히 PC방 문제는 게임업계 전체가 이를 회생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풀릴 것입니다.” 최근 PC방 등록제와 금연법 시행, 매출 감소 등 위기에 처한 PC방 업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이하 인문협) 박광식 회장은 “현재 전국 2만여 PC방 업주들의 생계가 심하게 위협받고 있다”며 “등록제를 비롯한 여러가지 정부의 규제 방침이 게임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PC방을 벼랑끝으로 몰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98년 ‘스타크래프트’의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전국에 생겨나기 시작한 PC방은 더 이상 게임장이 아닙니다. PC방이 복합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규제만이 능사가 아닐 것입니다.” 박회장은 국회 통과를 앞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의 PC방 규제 정책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면서 “자율업이었던 PC방을 등록제로 전환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잘라말했다. 산업 전반에 걸쳐 규제가 완화되고 있는 상황에 비춰 형평성에 문제가 많다는 얘기이다. 그는 “PC방 등록제가 시행될 경우 현재 학교 정화구역내에서 영업중인 약 2000여개의 PC방은 사실상 영업을 할 수 없으며 여기에 투자된 막대한 금액을 어디에서 보상 받을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대한 대안으로 등록제의 경우 이미 결정된 사안인 만큼 정부의 정책을 따라야겠지만 유보기간을 두고 점차적으로 시행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법 제정보다는 집행에 더욱 신경 써달라는 주문이다. 보건복지부에서 논의중인 PC방 완전금연에 대해서도 “PC방 이용 고객의 상당수가 흡연자라는 것을 감안할 때 완전 금연은 매출 감소로 직결될 수 밖에 없다”면서 “현재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있는 PC방 업주들에겐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고 특별히 강조했다. 그는 이미 흡연칸막이를 설치하고 규정에 맞게 영업중인 업주들에게 다시금 완전금연을 요구하는 것은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각 PC방 업주들은 온라인 게임사들의 과금 정책과 업주간 가격경쟁으로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며 “이에따라 인문협은 이중 가장 큰 지출을 차지하는 인터넷 회선 비용과 온라인 게임 결제 대금에 대한 획기적인 대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이 세계 일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PC방의 역할이 매우 컸다”는 박회장은 “정부와 온라인게임사 그리고 PC방 업주들의 공통된 의견을 수렴하는 통합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일선 PC방 실태 한달 수입 고작 천만원에 고정비 지출 7백만원 업그레이드 비용도 빠듯…‘게임사 결제 방식 개선 바람직’ 여론 지난 5월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PC방을 오픈한 이성희사장은 최근의 PC방 매출감소가 더 이상 PC방이 유망업종이 아님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가 45평 규모의 PC방을 개점하는데 들어간 비용은 어림잡아 2억원이며, 현재 월 매출은 1000만원 안팎이다.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매달 지출되는 고정 비용을 감안하면 컴퓨터 업그레이드 비용도 빠듯하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그가 현재 고정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 것은 크게 세가지. 건물 임대료와 온라인 게임 결제 대금, 그리고 전용선 사용 요금 이다. 이중 온라인 게임 결제 대금의 경우 종량제를 실시하고 있는 게임사들까지 포함 대략 90만원 선이다. 여기에 전용선 이용 요금 50만원을 더한다면 한달 평균 약 140만원 정도의 고정 비용이 발생한다. 물론 전기요금과 건물 임대료, 시설 유지비용을 제외한 비용이다. “대략적으로 월 700만원 정도의 지출이 고정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매출이 어느정도 뒷받침된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매달 적자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그는 “현재 PC방의 통상적인 이용 가격인 1000원은 업주들이 정한 마지노선일 뿐 적정가격은 아니다”라며 “PC방 가격이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대다수 PC방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게임업체들의 PC방 과금 정책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일부 종량제 게임의 경우 손님들이 즐기면 즐길 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그는 “PC방이 다른 업종에 비해 제품 교체 시기가 빠른만큼 매달 300만원 정도의 흑자로는 도저히 업그레이드를 생각할 수 없다”라며 “갈수록 규제 일변도인 정부 정책도 문제지만 PC방 이용료 현실화와 각 게임사들의 잘못된 과금정책의 개선안”이라고 덧붙였다.
이중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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