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범법자가 될 수 있다.’
컴퓨터에 전문 지식을 가진 전문가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해킹이 일반인 사이에도 만연하다.
최근 검찰은 인터넷 서비스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이용한 해킹 사범을 무더기로 적발, 33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21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전문 해커가 아닌 일반인이었고 해킹 툴이 아니라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사용, 해킹을 한다는 죄책감도 없이 남의 PC에 침투했다.
원격제어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원격지에 있는 PC를 제어하는 솔루션이다. PC 등이 고장났을 때 사후서비스(AS)센터에 전화하면 수리요원이 PC에 이 프로그램을 내려받아(다운로드) 문제를 해결한다. 사람이 오가는 불편은 물론이고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개발한 편리한 서비스 프로그램이다.
컴퓨터 이용에서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고 어느 곳에서나 통합적인 컴퓨터 작업이나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프로그램의 순기능이 일반인 해커에 악용돼 역기능을 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PC와 가전 제품 수리는 물론이고 각종 인터넷 서비스 등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개발회사 역시 해킹을 위한 도구로 원격제어 프로그램이 사용되기를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이 사건은 범법 행위가 얼마나 쉽게 일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에 불과하다.
우리는 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PC와 인터넷을 이용한다. e메일과 메신저로 안부를 묻고 중요한 정보를 전송한다. 최근 해커는 금전적 이익을 얻기 위해 특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해킹을 한다. 과거 무차별적으로 웜바이러스를 유포하거나 특정 홈페이지의 첫 화면을 바꾸며 기술을 과시하던 형태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이 사건도 마찬가지다. 일반인은 해킹 툴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지 금전적 이익이나 개인 정보를 얻으려고 다른 사람의 PC에 침투했다. 해킹 툴을 사용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 PC에서 중요 정보를 가져갔다면 이는 엄연한 해킹이며 사생활 침해다.
이제 해킹은 해커나 SW전문가 등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것이 아닌 시대가 됐다. 한순간의 유혹에 빠져 남의 PC를 몰래 침투하면 평범한 사람도 쉽게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김인순기자·솔루션팀@전자신문, in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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