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결합상품과 소비자 권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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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가로수 가지 사이에 걸쳐 있는 케이블을 우연히 보게 됐다. 자세히 보니 케이블 설치를 위해 가로수 윗부분을 모두 잘라 가로수가 더는 성장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일반가정에 전기 공급을 하려고 설치한 전주에 케이블방송이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케이블을 무리하게 설치함으로써 전주가 무너지지 않을까 염려되는 곳도 있었다. 사방으로 길게 늘어진 케이블은 깨끗한 도시 미관을 해치고, 무엇보다 화재 발생 등 비상시에 신속한 소방차 출동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런데 마침 통신 결합상품을 허용한다는 기사를 읽고 이런 문제점이 조금이나마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통신업체별로 설치하던 통신케이블 한 회선으로 전화는 물론이고 초고속인터넷·인터넷방송까지 동시에 서비스할 수 있어 흉물스러운 통신케이블 설치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결합상품이 허용되면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최첨단 정보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그동안 통신업체별로 발행되던 것을 하나의 청구서로 요금을 납부할 수 있어 편리해진다. 와이브로·IPTV·인터넷전화 등 새로운 서비스를 결합판매하면 통신소비자의 편익이 크게 개선돼 이용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이미 AT&T가 유선전화와 초고속을 같이 사용할 경우 23%, 유선·이동·초고속을 함께 사용할 경우 19%를 할인해주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로 보면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결합판매를 허용한다니 반가운 일이다.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에 초고속인터넷 및 IT산업의 급성장으로 정보통신 강국이 된 것은 통신산업의 전방위 경쟁체계를 도입, 통신업체 간 경쟁적인 기술개발과 이를 적극 이용해준 소비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합상품 판매가 허용되면 통신업체는 새롭고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 치열한 경쟁을 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풍부하고 더 좋은 통신서비스를 싼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아울러 아직도 급변하는 통신시장에 걸맞은 제도를 도입하지 않아 정보통신산업 발전을 둔화시키거나 소비자의 권익을 저해하는 것들은 없는지 한번 돌이켜봤으면 좋겠다.

◆고두환 KT 동대구지사 기획팀장 doohwan@k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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