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영국에선 생명공학을 한 단계 진보시킬 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인공수정된 배아에서 질병 유전자를 갖지 않은 것만 골라내 자궁에 착상시킨 이른바 ‘맞춤 아기’가 세계 최초로 태어난 것. 유전 질환을 가진 부모도 마음 놓고 아기를 낳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맞춤 아기 탄생 과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먼저 배란촉진제를 사용해 한 번에 여러 개 난자를 생산하게 한다. 다수의 수정란을 만들어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인공수정된 배아 모두가 자궁에 착상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건강한 배아만 착상시키게 되며 이를 통해 배아를 골라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돼 맞춤 아기를 낳을 수 있다.
영국의 맞춤 아기 부모는 난치병인 낭포성 섬유증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미 이 병에 걸린 다섯 살 난 쌍둥이 딸을 두고 있었다. 이에 부모는 인공수정된 배아를 자궁에 착상하기 전에 ‘착상 전 유전자 진단(PGH)’ 검사를 받았다. 질병을 가진 유아 탄생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영국 가이스 앤드 성 토머스 병원이 지난 6월 처음 발표한 PGH는 배아에서 추출한 DNA를 수백만 번 이상 증폭시켜 검사를 하기 때문에 기존 PGD보다 30배나 많은 최대 6000종의 질병을 판별해낼 수 있다.
하지만, 맞춤 아기는 많은 윤리적 논란에 봉착하고 있다. 특히, 착상 전 유전자 검사는 부적합 판정을 받은 배아를 파괴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생명윤리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유전자 성 감별은 국내에서도 불법이다. 현행 국내 생명윤리법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63가지 희귀유전질환에 대해 배아와 태아의 유전자 검사를 허용하고 있지만 태아나 배아에 대한 유전자 치료는 허용치 않고 있다. 치료가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배아가 유전질환을 갖고 있다면 폐기하는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
인공수정 유전자 검사는 해외에서도 논란거리다. 뉴욕타임스지는 지난 9월 “인공수정 배아에 대한 착상 전 유전자 검사가 늘고 있다”며 “유전자 검사에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이 사회적 차별을 가져올 수 있으며, 유전자 검사를 위해 배아의 세포를 떼내는 일이 나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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