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과학자 탄생. 축포를 터뜨릴 일이다. 서사시에 등장하는 영웅이 탄생해서가 아니다. 우리의 미래를 환하게 밝혀줄 국가과학자가 등장해서다. 이들은 미래 항해사다. 우리는 올 초 진실 앞에 무너진 과학자의 슬픈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것은 특정인의 일이 아닌 국민의 아픔이었다. 그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기대를 가졌던 많은 이의 희망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애처롭고 안타까웠다.
그 후 1년여 만에 이제 다시 희망의 등불이 켜졌다. 정부는 이달에 국가과학자 두 명을 선정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업적을 올린 과학자들이다. 이서구 이화여대 석좌교수와 신희섭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신경과학센터장이다. 이들은 정부에서 최장 6년 동안 연간 15억원의 연구비를 각각 지원받는다. 또 후원회 결성 등을 통해 경제·사회적 활동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우리가 이들을 국가 과학자로 예우하는 것은 당연하다.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꺼지지 않게 해야 한다.
우리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와 경쟁해야 한다. 한 사람의 최고 과학자는 수만명 또는 수십만명을 먹여 살린다고 한다. 과학기술이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라고 일컫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참여정부는 이미 국정과제로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자가 마음 놓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사태다. 과학기술인의 사기도 크게 떨어졌다.
이번 국가과학자 선정은 이런 분위기를 말끔히 씻어내야 한다. 두 번 다시 좌절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선 과학자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은 이공계 대학생에게 문학과 역사, 철학사상을 깊이 있게 가르친다고 한다. 경쟁과 산업 논리에 빠진 우리와는 차이가 난다.
진정한 과학기술인은 진실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뿌리 깊은 나무는 거센 비바람에도 중심을 지킨다. 정부는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 허리에 매어 쓰지 못하는 법이다. 조급증은 편법을 낳는다.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다면 어떻게 될까. 연구의 자율성은 건너뛸 수밖에 없다. 우리가 황우석 사태에서 얻은 게 없다면 희망의 등불은 또 꺼질 수 있다. 정부는 최고 과학자에 대한 규범을 명확히 하고 그들이 자유롭게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채근하거나 과외 행정에 얽매이지 않게 해야 한다. 간섭은 최소화하는 게 좋다.
역사를 봐도 과학기술인의 사기가 높을 때 나라가 부강했다. 이조 실록에 임금이 산학(産學)에 관해 언급한 내용이 있다. 세종과 세조가 두 번과 다섯 번씩 언급했다. 이 시기의 국가 경영은 탄탄했다. 정부는 앞으로 해마다 한두 명을 국가과학자로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상식이지만 이들이 의욕을 갖고 과학기술에 전념할 때 이를 본받고자 하는 후학이 나온다. 이들의 사기를 최대한 높여야 한다. 특정인을 위한 게 아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일이다. 이들이 국민적 선망의 대상이 될 때 과학기술 중심 사회는 앞당겨 구축될 수 있다. 외국에서는 최고 과학자가 대통령에 올랐다. 국내에도 소개된 ‘불의 날개’의 저자인 인도 대통령 압둘 칼람이다. 올 초 내한했던 그는 “과학은 열정이며 전망과 가능성을 향한 끝없는 항해”라고 말했다. 국가과학자는 우리 과학계의 상징이다. 또 우리를 미래로 인도하는 항해사다. 우리는 이들과 함께 IT 한국의 내일을 만들어야 한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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