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파워 ON](12)로봇 한국의 주역-연구소·대학 현장을 찾아서(3)

(3)인간기능 생활지원 지능로봇 기술개발사업단

국내에서 로봇기술 연구가 시작된 것은 고작해야 20년전이다. 로봇은 기계공학·전기전자·정보통신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공학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현대 기술의 집합체로 불린다. 따라서 20년이라는 일천한 기간에 우리나라의 로봇기술 수준이 세계 5위라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둔 것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놀라운 일이다.

인간기능 생활지원 지능로봇 기술개발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김문상 단장은 20년 전 척박했던 국내 로봇 연구 환경을 옥토로 바꾸는데 공헌한 로봇연구 1세대다. 1987년 독일 유학을 마치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돌아와 휴먼로봇 연구센터를 설립한 것이 우리나라 로봇연구소의 시발이었다. 김 단장이 2003년 3월 21세기 프런티어로 인간기능 생활지원 지능로봇 기술개발사업단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유범재·강성철 박사 등이 뒤를 이었으며 각 연구소와 기업에도 KIST 휴먼로봇연구센터(현 지능로봇연구센터)가 배출한 로봇 전문가들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인간다움’을 실현하는 로봇연구소= 인간기능 생활지원 지능로봇 기술개발사업단은 우리나라의 미래 먹을거리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지능로봇 분야에서 활용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로봇지능 관련 핵심 원천적용 기술을 개발한다는 당면 과제를 갖고 있다.

이름 그대로 사람을 거들어 생활을 편리하게 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게 연구소의 목표다. 쓰레기를 치우고 설거지를 하거나 주인이 미처 기억하지 못하는 일정을 챙기는 비서가 될 수도 있다. 2005년 11월 부산APEC 기간 중 열린 IT전시회에서 각국 정상들에게 음료수를 가져다 줘 화제가 된 일명 바텐더 로봇 ‘티롯(T-ROT)’은 바로 이 사업단의 작품이다. 사업단은 다양한 용도 가운데서도 특히 노인층을 겨냥한 실버 로봇을 개발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사업단의 연구 기간은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0년. 총 연구비는 정부 출연금 1069억원과 민간자금 263억원 등 총 1332억이 투입된다.

주요 연구분야는 △지식의 증식·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로봇 지능 체계기술 △인간의 제스처, 얼굴 및 표정을 실시간으로 강인하게 인식하는 기술 △원거리 음원 파악 및 대화기반 지능형 로봇 청각기술 △조작을 위한 3차원 물체·환경 인식 및 모델링 기술 △안전과 속도를 보장하는 신뢰성 있는 조작기술 △실내환경에서 신뢰성 있는 주행기술 △로봇과 인간 간의 애착 형성이 가능한 감정인식 및 표현기술 △표준화를 목표로 하는 플랫폼 기반의 통합 기술 △레고 블록과 같은 모듈화 기법의 로봇 SW 통합 체계 기술 △시각 및 음성 분야의 SoC·로봇 프로토타이핑 기술 등 10개로 나뉜다.

분야별로 사업단이 확보한 기술을 살펴보면 센서/액추에이터 기술로 일반 스테레오 카메라로 측정이 불가능한 물체를 촬영하는 패턴광 3D 카메라와 조명 변화가 심한 환경에 알맞은 로봇용 WDR카메라, 그밖에 시각처리 기술을 하나의 칩으로 구현한 비전핵심기술 SoC 등이 있다. 사업단이 개발한 생체 모방형 인공피부는 로봇 팔에 장착돼 조작을 원활하게 만들 수 있다. 실린더 타입의 선형 인공근육은 80×7㎜ 크기에 5g에 불과한 데 기존 모터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로봇 지능 관련 기술로는 제스처 인식 기술을 꼽을 수 있다. 사업단은 인사하기, 기지개 켜기 등의 7가지 사람의 제스처를 인식하는 로봇 지능 모듈을 개발했는데 90% 이상의 인식률을 자랑한다. 카메라가 장착된 인공 눈은 평상시와 놀랐을 때, 웃을 때, 화낼 때의 4가지 표정을 인식하고 감정상태에 맞게 반응한다. 로봇 얼굴 표정 기술은 눈썹과 입술을 움직여 6가지의 표정을 지을 수 있다. 지시하는 사람의 얼굴과 양손을 3차원 좌표로 실시간 추적하는 기술은 시각마우스에 활용할 수 있다. 1m 떨어진 거리에서 사람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대화를 하는 기능도 85% 완성된 상태다. 양방향 대화가 아니라 주인의 호출을 알아듣는 것은 2m 거리까지 가능하다.

◆인터뷰-김문상 사업단장

김문상 단장의 연구실에 들어서면 김 단장의 자화상 스케치와 얼굴을 본뜬 석고상이 탁자 위에 나란히 놓여 있다. 93년 대전 EXPO에서 김 단장이 만든 ‘화가 로봇’과 ‘조각가 로봇’이 주인을 모델로 완성한 작품이다. 자화상 스케치는 로봇이 그린 것으로는 믿기 힘들 정도로 정교한 연필 터치가 일품이다. “이건(화가 로봇) 아주 초기 작품이라 미흡하다”고 김 단장이 소개했다.

벽에는 KIST 휴먼로봇연구센터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센토’가 김 단장에게 꽃다발을 건네는 사진이 걸려 있다. 연구실 곳곳에 김 단장의 지나온 로봇 개발 역사가 살아숨쉬고 있다.

김 단장은 “로봇은 다른 기초·원천 기술 연구와 달리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것을 개발해야 발전한다”고 강조했다. 아직까지 상용화에 성공한 유일한 로봇이 청소로봇이라는 사실을 봐도 태권브이나 아톰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기대치와 실제 로봇 기술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는 게 김 단장의 설명이다.

“지능형 로봇이 시장을 창출하려면 인간이 로봇에 기대하는 실질적인 서비스가 가능해야 합니다. 로봇에 의한 진정한 서비스는 세가지 요건들을 충족해야 합니다. 첫째로 집안 내의 인간을 포함한 환경의 다양성에 손쉽게 적응하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로봇이 단지 미리 프로그램된 일들만 수행할 수 있다면 우리가 로봇에 기대하는 기대치의 5%도 충족시키지 못할 것입니다. 둘째로 음료수 심부름이나 장기 두기 등 로봇만이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서비스가 가능해야 합니다. e메일을 읽어주는 것은 컴퓨터가 더 잘합니다. 셋째로 로봇은 물건이 아닌 감성을 지닌 또 하나의 동반자로 기능해야 합니다. 마치 애완견과 같이 말이죠. 이러한 능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인식 등의 필수적인 핵심 기술들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져야 하고 또한 이러한 기술들을 총괄하는 인간의 뇌에 해당하는 인지 기반 지능이 필수적입니다. 프런티어 사업단에서는 이러한 기술들을 확보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김 단장은 프런티어 사업이 끝나는 오는 2013년이면 제한된 영역에서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가지고 인간의 감성을 이해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내년 말까지 노인의 건강정보를 관리하고 말벗이 될 수 있는 ‘H-로봇(가칭)’을 개발할 예정이다.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실버 로봇은 시장 전망이 매우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 단장은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궁극적으로 노인의 손과 발이 될 실버 메이트(Silver Mate) 로봇을 만드는 것이 우리 사업단의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대표로봇

티롯(T-ROT)=부산APEC2005 IT전시회에 바텐더 로봇으로 소개된 대표 로봇. 본래 용도는 노인용 로봇(실버 로봇)이며 연구용 플랫폼으로 개발 중이다. 티롯의 몸통에는 지능·주행, 음성, 비전(시각 기능), 조작을 각각 담당하는 4개 PC가 내장돼 있다. 머리는 마이크와 카메라로 구성됐다. 사람의 입 대신 음성인식 마이크 12대가 머리 둘레에 빙 둘러 장착돼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대화가 가능하다. 마이크 아래에는 4대의 카메라가 달려 원거리와 근거리를 각각 인식한다. 티롯은 발 대신 바퀴로 보행한다. 내비게이션 센서가 있어 목표물까지의 거리를 인식하고 장애물을 피해 갈 수 있다. 팔과 손은 최대 1.5㎏의 물체를 들 수 있다.

키보(Kibo)=인간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얼굴을 가진 소형의 인간형 로봇이다. 역시 부산APEC2005에서 로봇 유치원 교사로 일반에 공개된 바 있다. 노래에 맞춰 립싱크를 하고 안무에 따라 율동을 한다. 얼굴 표정과 몸 동작 등을 통해 인간과의 감정 교류를 위해 제작됐다. 현재 2차 버전을 개발 중이다.

표정구현 로봇=얼굴로만 이뤄져 있어 일명 ‘얼굴 로봇’이라고 불리며 아로미와 재로미 두 쌍의 로봇이 개발됐다. 눈썹과 입술을 움직여 6가지 표정을 지을 수 있다. 사람의 표정도 평상시·화냄·놀람·웃음의 4가지를 구분해 감정에 대응하는 반응을 보인다.

보행보조로봇=장착형 보행 보조기기와 차륜형 보행 보조기기 두 가지로 개발돼 있다. 걷기 힘든 환자나 노인이 이용할 수 있는 로봇이다.

H-로봇=2008년도 상용화를 목표로 내년 초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하드웨어는 아직 갖춰지지 않았고 인식·주행 등의 필요한 기능들이 먼저 개발되고 있다. 노인들을 위한 실제 서비스를 목표로 개발될 예정인데 노인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정보의 제공, 장기 두기 등의 오락 기능, 그리고 로봇의 애완 기능 등이 개발 장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