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IT, 소통의 가능성

 석호익(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북한의 핵실험으로 촉발된 한반도 주변의 긴장은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여러 분야에 걸쳐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북한의 핵무장을 우려한 주변국의 부산한 움직임은 불안의 깊이를 더욱 심화시키는 모습이다. 세력균형을 통해 만들어놓은 일정 수준의 안정기조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을 국제사회가 손 놓고 못 본 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내부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향후 변화와 관련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민족화해 협력과 통일시대를 겨냥한 의미 있는 교류를 추진했거나 준비중인 교류주체들과 적절한 교류방식·시기 등을 찾기 위해 고심하던 정부·학계 관계자들의 생각은 더욱 복잡할 수밖에 없다.

 분단과 통일 문제를 얘기할 때 독일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는 것은 여러모로 유용하다. 통일 과정에서 쏟은 다각적인 노력, 통일에 따르는 경제 내·외적 비용, 나아가 통일 후 연착륙을 위한 수고에 이르기까지 분단의 상처·고통·치유 등에 대한 다양한 선례를 타산지석으로 삼고 벤치마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 뮌헨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통일문제연구협의회(RCUA)와 독일 한스 자이델 재단(HSS) 주최로 열린 ‘한·독 국제학술회의’에서 ‘한반도 평화형성을 위한 남북 IT교류 협력’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1990년대 초 제네바에 있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근무했던 까닭에 유럽이라면 낯설지 않았지만, 당시 유엔비자로 방문했던 독일은 통일 전이었던 터라 오랜 만의 독일 방문은 상당한 기대를 갖게 했다. 특히 ‘엘베강의 진주’라고 불리는 드레스덴은 고도가 주는 감흥에 더해 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극복하기 위한 발걸음이 주는 특별한 감동이 인상적이었다.

 폭격으로 겨우 한쪽 벽면만 남은 건물을 드레스덴 시민과 유럽전역 독지가들의 도움으로 벽돌 한 장 한 장을 퍼즐 맞추듯 재건했다는 드레스덴 프라우엔 교회는 완전한 외형을 자랑하고 있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드레스덴 폭격에 참가했던 영국 공군 조종사들의 자녀들이 교회 첨탑의 황금십자가를 헌정했다는 설명은 감동을 더하기에 충분했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퍼즐이 있다. 분단이 만들어낸 수많은 조각, 반세기 이상 다시 끼워 맞추지 못하고 있는 퍼즐이다. 주변국 간 복잡한 이해관계와 갈등으로 인해 벽돌이 깨진만큼 퍼즐은 남북한뿐만 아니라 주변국이 함께 맞춰갈 수밖에 없다.

 베를린에서 열린 토론은 첫날부터 뜨거웠다. 동독과 서독 출신 발표자들의 논쟁도 그렇지만, 통일 전 동·서독과 지금의 남북한 상황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무척 인상 깊었다. 독일은 내전을 겪지 않았지만 남북한은 한국전쟁이라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는 점, 통일 전 동·서독은 상호간 인적교류나 통신방송교류가 활발했지만 남북한 간에는 교류 자체가 극히 미미할 뿐만 아니라 전파 차단과 서로 다른 TV기술 방식으로 인해 교류가 더욱 어렵다는 점이 그것이다. 통일 전 동독에는 종교·시민단체의 활동이 활발했던 데 비해 북한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독일과 한국의 분단은 표면상 유사성이 있지만 유사성의 이면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분명 우리가 통일정책이나 평화유지를 추구해 가는 과정에서 숙고해야 할 부분이다.

 뮌헨에서 열린 두 번째 회의 주제는 IT협력교류 방안이었다. 한국 IT 발전상을 소개하고 IT가 남북교류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해 관심을 모았다. 북한이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교류 부문이 IT영역이라는 점과 남북한 IT교류 추진방안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혼란과 불안이 가중되는 와중에 IT를 통한 소통 가능성은 우리에게 위안이 아닐 수 없다. 어렵게 일궈낸 소통의 가능성이 힘겨운 상황을 헤쳐 나가길 기대한다.

hoicksuk@kis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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