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내년 환율 780원 가정 비상경영 나선다

 삼성과 LG그룹이 최악의 경우 780원대의 원달러 환율까지 가정한 내년도 비상 경영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최근 그룹 계열사에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 기초자료로 현재 960원대 환율이 920원대까지 내려갈 것을 가정해 보수적인 경영 시나리오를 작성할 것을 통보했다.

 LG도 910원대의 환율을 기본안으로 급격한 원화절상에 대비해 850원대로 떨어질 때와 최악의 경우 780원까지 급락하는 것을 가정한 복수의 시나리오를 작성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삼성과 LG는 갑자기 터져나온 북핵 사태가 장기화될 것에 대비한 최악의 경영 시나리오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달 초로 예정됐던 내년 경제전망 보고서 발표가 북핵 사태로 잠정 연기됐다”며 “북핵 사태는 장기화될 경우 기업 신뢰도 하락을 초래하고, 단기적으로 끝나더라도 원화절상의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과 LG그룹의 이 같은 계획은 정부와 관련 기관들이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올해 5%보다 낮은 3.8∼4.3%로 전망하는 것과 맞물려 실물경제가 급격히 경착륙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이 3%대에 머물고 중국의 경제성장률도 9%대로 사상 처음으로 한 자릿수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세계 경기가 급속히 하락, 가전·IT 제품의 수출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업들의 보수적인 경영계획은 설비 투자와 마케팅 비용 축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실적부진이 겹친 LG필립스LCD는 올해 3조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내년에는 1조원으로 줄이기로 했으며, LG전자도 설비투자를 소폭 감소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권영수 LG전자 사장은 이와 관련, “올해 구미 A3-2공장에 대한 PDP 투자 2000억원이 완료됐기 때문에 내년 투자는 올해보다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과 LG그룹은 국제유가의 경우 OPEC이 최근 감산을 선언하면서 소폭 오름세로 전환했지만, 내년 원유 수급은 원활해 배럴당 60달러 안팎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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