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운영이 어렵다고 많은 중소기업인은 얘기한다. 서민들도 월급을 받아 쓴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돈이 없어진다고 하소연한다. 이러한 체감경기의 어려움은 알게 모르게 내야 하는 각종 세금이나 높은 수준의 준조세(準租稅) 그리고 공적 수수료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기업은 발생한 이익에 대해 당연히 법인세를 낸다. 이른바 4대 보험인 국민연금·건강보험료·고용보험료·산재보험료도 기업은 종업원이 부담하는 금액 이상으로 지출한다. 알려진 항목 외에도 기업은 다양한 공과금을 납부하고 있다. 간략히 짚어 보면 우선 기업 설립 시와 자본금 납입 시에는 등록세와 교육세를 납부한다. 임원이나 기업 소재지 변경 신고 시에도 세금을 낸다. 제때에 신고를 못할 때에는 벌금도 내야 한다.
부동산을 매입했을 때는 부가세·취득세·등록세를 납부하며, 사무실 임대 시 교통유발 분담금 및 환경개선 부담금 등도 낸다. 물품 구매 시 부가세·취득세를 내며 특별소비세가 부과되기도 한다. 제품 판매 시 발생되는 부가가치세는 가치가 오른 부분에 대한 것이므로 축하할 만한 세금이다.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주민세를 내며, 소유한 부동산에 대해서는 재산세·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된다. 통신사업자는 출연금·전파사용료를 납부해야 한다. 금융기관에 여유자금을 예치하면 이자 수입에 대해 소득세와 주민세를 원천징수한다. 반면에 동일 기업이 자금을 대출하는 경우 이러한 소득세는 환급되지 않는다. 주식배당금도 원천징수된다.
은행에서 돈을 송금해도 만만찮은 송금수수료를 내야 한다. 차량 기름값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세금이 부과되는 세금덩어리다. 지방출장 시 고속도로 통행료, 해외출장 시 공항 이용료를 부담한다. 일일이 나열키 어렵지만 기업 활동 요소요소에 공과금을 내야 하며, 기업이 적자가 나더라도 대부분 우선 징수된다.
진짜 문제는 이 공과금들이 단순히 납부되는 데 그치지 않고 재료비·임금 등 생산요소 단가를 상승시켜 원가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기업이 열심히 절약해 제품을 만들어도 경쟁국에 비해 원가가 높아지고 따라서 수출도 잘 되지 않게 된다.
알다시피 제조업체가 해외로 생산시설을 옮기려는 데는 높은 요소 원가문제를 피하려는 요인이 크다. 기술 노하우가 중요한 IT산업에서 당장 내일 강력한 경쟁제품으로 출현할 것을 알면서도 오늘 중국으로 공장을 이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외자유치도 필요하지만 해외로 나가려는 생산설비를 국내에 붙잡아 두는 것도 외화유출 방지나 고용증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또 직·간접세, 국세, 지방세 간의 세율조정으로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특히 국내 IT 중소기업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원가압박을 더욱 강하게 받고 있다. 각종 신제품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하는 우리나라 특수성 때문에 신제품을 개발해 어렵게 판매에 성공해도, 또 다른 첨단 제품의 출현으로 투자비를 충분히 회수하지 못하고 단기간 내에 시장에서 퇴출되는 사례가 많다. 또 소위 재벌이라고 불리는 일부 거대기업이 IT의 각 분야를 장악하고 있어 이들 거대기업이 IT 중소기업과의 가격협상에서 우월한 위치에 서는 구매자시장(buyers’ market)인만큼 중소기업의 이익 수준(마진)은 미약하다.
우리가 접하는 대다수의 공무원은 박봉에도 불구하고 성실히 봉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어렵게 걷힌 세금이 일부 은행권과 지방자치단체에서 방만하게 운용되는 것을 보면 허탈해진다. OECD에 가입한 일부 선진국이 높은 세금 때문에 지속적인 발전을 못 이루고 있다는 사실과 감세가 경기부양에 더 효과적이라는 조세연구원의 최근 연구결과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높은 공과금이 기업 영업활동과 수출을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확대 재생산하는 중요 요인이므로 감세를 통해 이를 선순환으로 돌릴 수 있어야 한다.
◇박원구 얼랑시스템 사장 wkpark@hanafos.com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시론]AI 인프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해자(垓子)를 쌓아라
-
2
[ET단상] 다양한 OS환경 고려한 제로 트러스트가 필요한 이유
-
3
[기고] 딥시크의 경고…혁신·생태계·인재 부족한 韓
-
4
[보안칼럼]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리 방안
-
5
[ESG칼럼] ESG 경영 내재화에 힘을 쏟을 때
-
6
[ET시론] 정부 R&D 투자의 경제적 유발효과는 어떠한가?
-
7
[ET시론]2050 탄소중립: 탄녹위 2기의 도전과 과제
-
8
[ET단상]국가경쟁력 혁신, 대학연구소 활성화에 달려있다
-
9
[콘텐츠칼럼]게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수립 및 지원 방안
-
10
[정유신의 핀테크 스토리]싱가포르, 핀테크 부문 아시아 톱 허브로 자리매김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