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월드컵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던 어느 날이다. 작은 서류뭉치를 든 초로의 신사 한 분이 우리청 수출지원센터 문을 열고 들어섰다. 한참을 망설이더니 제품 사진을 보이며 수출을 하고 싶으니 도와달라고 했다.
제품은 모터보트에 사용하는 프로펠러였다. 당시 그 제품은 국내 시장은 한정돼 있고 그나마 외국 시장은 일본이나 미국의 유명 업체가 장악하고 있었다. 고민 끝에 ‘수출기업화 사업’에 참여시켜 수출방법을 모색했다. 다행히 시장조사 결과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우선 외국어로 카탈로그를 만든 뒤 해외 유명 바이어를 섭외해 구매의향서를 발송하고 유명상품 전문지에 광고도 실었다. 이 모든 소요비용을 수출기업화 사업 경비에서 부담했다.
우려와 달리 짧은 시간 안에 반응이 왔다. 샘플을 보내고 협상을 거친 끝에 그해 6월 미국으로 첫 수출이 이뤄졌다. 비록 2000달러의 적은 금액이었지만 값진 성과였다. 이 기업뿐만 아니라 또 다른 많은 기업이 수출기업화 사업 참여를 계기로 수출기업 대열에 합류하고 새로운 해외 시장을 개척해 우리나라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듬해인 2003년에는 42.2%까지 올라갔다.
수출기업화 사업은 연간 수출실적 200만달러 미만의 내수 중심 또는 소액 수출기업을 주력 기업으로 발굴·육성하기 위해 기초 마케팅 능력 배양부터 해외 시장개척 활동에 드는 소요경비를 업체당 800만∼1000만원 지원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사업의 진정한 목적은 비용 때문에 마케팅 활동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기업이 새로운 경험을 쌓고 이후로도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여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매년 100여개의 부산·울산 중소기업이 이 사업을 통해 해외시장을 파악하고 외화를 벌어들인다. 또 참여하는 기업의 열의도 높다.
환율하락으로 수출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환 위험 방어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이 훨씬 심하다. 이러한 때에 수출기업화 사업 같은 기업지원 활동으로 수출기업을 더 많이 발굴해 내는 것은 국부를 살찌우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의 생존능력을 키워주는 일이다. 부산과 울산의 우수 중소기업이 세계 곳곳의 시장을 누비며 ‘메이드 인 코리아’의 자긍심을 더욱 드높여 주기를 기대해 본다.
◇안희원 부산·울산지방중소기업청 지원총괄과 주무관 an2580@smba.go.kr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시론]AI 인프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해자(垓子)를 쌓아라
-
2
[ET단상] 다양한 OS환경 고려한 제로 트러스트가 필요한 이유
-
3
[기고] 딥시크의 경고…혁신·생태계·인재 부족한 韓
-
4
[보안칼럼]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리 방안
-
5
[ET시론]2050 탄소중립: 탄녹위 2기의 도전과 과제
-
6
[ET단상]국가경쟁력 혁신, 대학연구소 활성화에 달려있다
-
7
[콘텐츠칼럼]게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수립 및 지원 방안
-
8
[김종면의 K브랜드 집중탐구] 〈32〉락앤락, 생활의 혁신을 선물한 세계 최초의 발명품
-
9
[디지털문서 인사이트] 문서기반 데이터는 인공지능 시대의 마중물
-
10
[여호영의 시대정신] 〈31〉자영업자는 왜 살아남기 힘든가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