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지적재산이 블루오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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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구 자본주의 발달은 식민지 경영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평을 받는다.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원자재를 제공하고, 제품을 소비할 수 있는 시장으로서 유럽은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의 식민지 경영을 배경으로 원자재를 공급받고, 제품을 식민지에서 소비할 수 있었기에 유럽의 제조산업은 발전했다. 또 자본주의의 발달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러한 발달 양상은 일본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그들이 누렸던 번영이 우리나라를 수탈함으로써 가능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국가가 제조능력을 갖게 된 오늘날, 새로운 시장 개척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라고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는 보릿고개를 넘어 1977년 100억달러 수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오로지 ‘하면 된다’는 불굴의 의지로 내달려 왔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암울해 보이기까지 한다. 열심히 돈을 벌어다 주기만 하면 됐던 아버지상은 가족파괴라는 현상을 낳았으며, 국가 경쟁력 역시 치고 올라오는 중국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의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1970년대 후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무역수지 적자와 산업 공동화라는 위기 상황에서 미국이 취했던 대처방안을 예로 삼을 수 있을 듯싶다. 그들은 자국의 산업경쟁력을 파악하고, 지적재산이라는 새로운 테마에 주목했다. 제조산업이 만들어낼 수 있는 부가가치의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로 지적재산을 활성화해 자국의 지적재산을 보호해 나갔다. 마치 식민지 경영시대 함포외교로 시장을 개방케 했던 것처럼 자국의 지적재산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외국에 압력을 가하고 시장을 개방하도록 함으로써 오늘날도 여전히 미국은 과거와 같은 번영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모습은 마치 교과서처럼 외국에 소개되고 있다. 예컨대 일본은 지난 2003년 고이즈미 총리가 직접 지적재산 입국 실현을 선언한 가운데 거품이 사라진 이후 침체일로에 있던 일본 경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지적재산 침해국으로 유명한 중국마저도 지적재산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보호할 것임을 선언했다. 이러한 외국의 노력에 우리도 뒤져서는 안 될 것이다.

 모든 국가가 지적재산을 활용할 것을 주장하지만 창조해낼 수 있는 지적재산도 무궁무진하다. 과거 식민지를 확보하기 위해 열강끼리 전쟁을 하던 것과는 달리, 그러한 소모적인 경쟁 없이도 지적재산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지적재산 창조와 새로운 활용 분야 개척에 성공한다면 제한된 부를 얻기 위해 피나게 경쟁할 필요없이 부를 창출할 수 있다. 우리가 반도체칩 판매 증대를 통해 호조를 누릴 때 그만큼 지급해야 하는 라이선스료를 보면 앞서 새로운 지적재산을 창조하고 활용한 자의 유리한 지위를 가늠할 수 있다.

 이제 우리도 지적재산이 부가가치 창출의 새로운 장을 여는 수단임을 인식하고 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새로운 지적재산을 만들어낼 수 있는 물적·인적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이를 적절히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안해내야 한다. 기업은 단순히 ‘기술인력을 사오면 된다’에서 ‘기술개발에 투자해야 한다’로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국가는 지적재산의 창조·보호·활용이 국가적 과제임을 인식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우리의 지적재산을 보호하고자 노력하고 활용 분야를 개척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의 하나로 지금 논의되고 있는 지식재산기본법 제정과 이를 통한 지적재산 정책의 국가적 추진 노력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이 성과를 거뒀을 때 만 명이 한 명을 먹여살리는 현재의 구조에서 벗어나 한 명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살릴 수 있는 사회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윤선희 한국지식재산포럼 사무총장 shyu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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