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뒤에 또 악재’
우리나라 경제가 북한의 핵실험과 원·엔 환율 급락 등 줄이은 초대형 악재로 인해 성장기조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유엔의 대북결의안에 강력 불만을 표명했던 북한이 17일 2차 핵실험 징후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식시장이 다시 한번 출렁이자 경제계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 상반기 △달러하락 △금리인상 △유가상승의 트리플 악재로 인한 충격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불거진 추가악재로 수출감소·내수부진 등 만성적인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7일 “우리 경제가 완만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해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꺼지지 않는 악재=북한의 2차 핵실험 징후 소식 등이 알려지자 금융시장은 또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코스닥 모두 5P 하락하는 선에서 방어했지만 장중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다행히 전일 700원대로 떨어졌던 원·엔 환율은 802원으로 마감, 800원대를 회복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엔화비중 확대에 따른 엔화강세와 △북한 2차 핵실험 조짐에 따른 원달러 환율의 제한적 하락이 요인이 됐다. 그러나 리스크는 여전히 잠복한 상태다. 고유선 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원·엔 환율이 당분간 800원 전후에서 공방전을 펼 것”이라며 “대 일본 수출비중이 높은 회사에게는 악영향을 미쳐 주식시장에도 일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 이미 둔화세 진입=연이은 악재로 경기둔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KDI는 이날 발표한 ‘3·4분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가 완만한 경기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며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 전망치를 4.3%로 예상했다. 이는 5.0%였던 올해보다 0.7%포인트 낮아진 것이며, 정부의 내년도 전망치인 4.6%보다도 0.3%포인트 가량 하락한 수치다. 특히 KDI는 경상수지가 올해 27억달러 흑자에서 내년에는 14억달러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이번 보고서가 북한의 핵실험 여파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KDI측은“북한의 핵실험 발표 이후 금융변수들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어 아직까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상황이 악화할 경우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상당히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마땅한 대안없어 더 심각=경제계와 전문가들은 최근 리스크 요인에 대한 해소 방안이 없다는 것을 더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정부는 원엔환율 하락에 대해 18일 대책회의를 가질 예정이지만 실효성 있는 대안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환시장에서의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무리수일 뿐만아니라 개입한다해도 원·엔, 엔·달러, 원·달러 등 워낙 복잡하게 얽혀있는 수급구조에서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서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가능성은 적다”며 “환차익을 보전해주는 환변동보험료 인하나 수출 대금 대출 금리인하 등의 기업지원 방법 이외에는 별다른 방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악재의 경우는 대안을 찾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북핵 문제의 열쇠를 쥐고 있는 북한·미국·일본 등의 향후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은 물론 개입할 수도 없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피해가는 것 이외에 어떤 대책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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