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에서 희망을 찾기가 매우 힘든 시기가 있었다. 지난 2000년 거품이 사라지면서 벤처는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벤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수년에 걸친 시련을 이겨낸 벤처기업이 최근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며 우리 경제 발전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벤처라는 용어가 우리 사회에서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여년 전, 하지만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은 막대하다.
‘벤처’ 하면 떠오르는 것은 거품과 연계된 코스닥이다. 한때 코스닥지수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면서 일반인이 직접 시장에 참여하는 기회가 늘어났다. 이들은 코스닥 시장이 지구촌 기술계 주식시장 2위 규모로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벤처기업이 각광을 받으면서 창업이 늘어난 것도 기억할 만한 대목이다.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젊은 엔지니어가 창업에 뛰어듦에 따라 벤처는 한때 50여만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성장에 의한 고용창출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창업 붐은 우리 경제 및 사회 발전을 촉진하는 청량제로 작용하기에 충분했다.
벤처는 이공계 출신이 경제사회 전면에 대거 부각되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벤처는 70년대 이후 자연발생적으로 이공계 양성 붐이 조성되는 결과를 낳았다.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이공계 출신에 대한 사회적 대우가 또다시 열악해졌지만, 지금도 코스닥 시장 상장기업 대표 70% 정도가 이공계 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벤처가 우리 경제에 미친 직접적인 영향도 컸다. 무엇보다 경제 패러다임이 노동집약형 산업경제에서 지식경제로 전환된 것이다. 신경제 핵심 기업군으로 자리잡은 벤처는 지식과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 중심 기업의 전범을 잘 보여줬다. 전통산업에 크게 의존함에 따라 IMF 사태와 같은 외적 충격에 흔들릴 수밖에 없던 우리 경제가 벤처로 인해 체질이 개선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정보화 산업을 주도하던 벤처는 BT·CT·ET·NT 등으로 명명되는 신경제 전반으로 확산됐다. 더불어 착실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도 배가했다.
최근 협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넘긴 ‘벤처 1000억 클럽’이 78개사에 이른다. 이는 벤처가 창업벤처만이 아니라 성공한 스타벤처군인 ‘벤처 1000억 클럽’으로 대표되는 우량벤처에 대한 인식을 확실히 하는 계기가 됐다. 클럽 회장사인 휴맥스는 올해 매출이 8000억원대 규모로 성장해 많은 벤처기업의 살아있는 목표치가 되고 있다.
질곡의 10년간 벤처업계 내부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벤처기업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경험을 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최근 벤처기업마다 경영 내실화를 위해 윤리경영, 투명경영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또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는데 2000년부터 지금까지 벤처업계가 기여한 사회공헌기금은 약 700억원대에 이른다.
이제 벤처기업이 성장모델을 보여주면서 다시 한번 주목받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 첫 징후는 2004년 12월 수립된 ‘벤처 활성화 대책’일 것이다. 이 대책은 벤처기업이 재도약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 구축에 큰 힘을 보태주는 결과를 낳았으며 무엇보다 시장 건전화에 크게 기여했다.
우리 벤처기업인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다시 도약하기 위해 노력을 배가할 것이다. 현재 벤처기업 수는 1만2000여개다. 평균 매출이 70여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불과 10여년의 짧은 업력을 고려하면 실로 눈부신 결과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우리 경제 발전을 추동하는 핵심 동력이 돼 2015년까지 GDP의 20%를 담당하도록 더욱 정진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노력이 더욱 튼실한 결과로 나타날 수 있도록 논의중인 벤처기업육성에관한특별조치법 연장, M&A 시장 확대, 투자은행제도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 더불어 ‘벤처코리아 2006’ 행사를 계기로 벤처기업에 대한 따뜻한 격려와 관심이 필요하다.
◆조현정 벤처기업협회장 hjcho@b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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