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 시·공간의 장벽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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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뉴욕타임스퀘어의 오페라 생중계.

 공연예술에서 시공간의 장벽이 깨지고 있다.

일회성으로 끝나던 무대 위의 공연을 풀HD급 화질로 실시간 전송시켜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느끼는 뮤지컬 공연의 감동을 세계 어디서나 똑같이 재현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런던에서 뉴욕의 오페라 공연을 즐기다=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뉴욕의 메트로폴리(메트) 오페라는 지난달 25일 시즌 개막 공연인 `나비부인`을 타임스퀘어와 링컨센터플라자에 생중계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이날 뉴욕시민 수천명은 발길을 멈추고 대형 스크린에 비치는 오페라를 감상했다.

메트 오페라는 한걸음 더 나아가 오는 12월 30일 오페라 ‘요술피리’의 공연실황을 미국, 영국, 캐나다의 디지털 영화관 40곳에 2K(2048×1080)급 화질로 동시에 전송한다고 발표했다.

뉴욕이 자랑하는 메트 오페라의 진수를 초대형 스크린과 입체 음향시설을 갖춘 해외 영화관에서 생생하게 가상체험(Telepresence)을 하는 셈이다. 메트 오페라측은 요술피리 외에도 세비야의 이발사 등 연간 6개 오페라 작품을 HD화질로 극장에 전송하고 여타 100여편의 무대공연은 인터넷으로 생중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영화관에서 뮤지컬, 발레 등 각종 공연실황을 보여주는 사업모델이 자리잡을 경우 세계 영화산업은 물론 공연예술계에도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전망이다.

◇한국과 스페인의 실시간 합동공연=지난달 29, 30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이색적인 무용공연이 열렸다. 김명숙 늘휘무용단이 펼친 전통 춤사위가 정확히 0.1초 만에 지구 반대편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예술극장에 풀 HD화질로 전송됐다.

그동안 HD급 동영상을 전송하려면 영상압축에 따른 기술적 문제로 2∼3초의 시간지연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세계최초로 영상정보를 압축없이 1Gbps 광통신망을 통해 바로 보내는 ‘비압축 HD’를 채택해 생중계의 시간차를 0.1초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인터넷의 보급 이후 많은 예술가들은 외국과의 실시간 합동공연을 시도했지만 영상전송의 시간차 문제로 번번히 실패했다. 따라서 늘휘무용단의 사이버 공연은 스페인과 한국 사이의 시공간 장벽을 무너뜨린 역사적 이벤트로 평가된다.

행사를 주관한 한국첨단망협회의 김대영 교수는 “한국의 전통무용과 스페인의 탱고, 캐나다 밴드가 함께 등장하는 국제 사이버 퍼포먼스를 내년초에 개최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공연예술, 디지털로 살아난다=디지털 오락매체의 범람에 따라 세계 각국의 공연예술계는 관객감소로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다.

인터넷 시대, 공연예술이 살아 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특정한 무대에서 일회성으로 끝나는 공연예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UCSD의 칼리트2 연구소장인 래리 스마는 “인간의 눈은 초당 1억Gb(HD급의 4배 용량)의 고해상도 영상을 접할 경우 실제와 가상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면서 이는 현재의 통신망과 영상기술로도 구현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는 특히 “초고속 광통신망을 통해 풀 HD영상을 자유롭게 전송하게 되면 예술계도 큰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연예술이 시공간의 장벽을 넘어서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고급 디지털 콘텐츠로 거듭나는 시기가 눈 앞에 온 것이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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