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잡아 한해 2000억원 규모의 게임 아이템이 중국으로 새고 있다. 중국발 해킹이 한국 게임산업의 목을 죄고 있는 것이다. 도용된 주민등록번호로 유령 계정 획득과 아이템 갈취, 아이템 현금화 이후 자금 불법 유출 등 해킹 목적과 내용도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어 한국 게임산업 앞날의 최대 ‘암초’로 떠올랐다.
특히 이번 정기 국정감사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기정위), 문화관광위원회(문광위) 소속 다수의 의원이 이 문제를 집중 거론할 태세여서 중국 해킹은 올 국감 최대의 이슈가 될 전망이다.
게임산업 진흥·글로벌화를 정책 목표로 잡고 나선 정부가 산업주권 확보 차원에서 중국 해킹 문제에 정면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돈되는 아이템 가진 게임 무차별 공세=중국에 조선족·현지인이 운영하는 ‘작업장(여러 대의 PC를 온라인에 접속해 해킹 또는 자동실행 프로그램으로 게임 내 아이템을 확보하는 집단 활동)’이 최악의 기승을 부리면서 주 타깃으로 삼은 것이 바로 한국산 온라인게임이다.
이들이 한국 서버에 직접 접속하고, 해킹도 중국에서 한국을 정면 겨냥하고 있음이 잇따라 감지되고 있다. 올 초 ‘리니지’ 주민등록번호 도용사건이 이 같은 목적에 따른 것이며 최근 ‘메이플스토리’는 중국발로 의심되는 대규모 해킹을 당해 전국이 떠들썩하기도 했다.
해킹의 표적이 되는 게임은 대부분 게임 내 아이템이 곧바로 현금화될 수 있는 환금성이 높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연간 2000억원 국부 유출”=국내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 규모는 연간 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 중국 현지에서 탈취된 사실상의 장물 아이템이나 작업장에서 만든 아이템의 판매 비중은 15∼20%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산술적으로도 연간 2000억원이 국내 거래처를 통하거나 직접 중국으로 흘러들어가는 셈이다. 중국 대졸 초임을 1500∼2000위안(19만5000∼26만원)으로 잡았을 때 약 10만명의 연봉이 이같이 불법적으로 조달되고 있다.
한 수사당국 관계자는 “국내 산업에서 만들어지는 부가가치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손쓸 틈 없이 중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중국의 관련 조직이 더욱 기업화, 대형화되고 있는 추세여서 앞으로 이런 국부유출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느림보 대응도 문제=최근 대만 주요 인터넷사이트엔 한국인 100여명의 개인 정보가 한국 주무 부처의 느림보 대처로 수개월 동안 방치돼 논란을 빚었다.
중국의 대형 포털에는 지금도 한국인 수천명의 개인정보가 떠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대처는 전무에 가깝다. 해킹도 해당 업체의 자발적인 보안시스템 투자에 의존할 뿐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대응은 미약하기 그지없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중국 신식사업부·문화부·공안부 등에 협조를 의뢰하더라도 굉장히 부차적인 일로 인식되기 일쑤”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는 “정부가 의지를 갖고 중국 정부에 실리를 주면서 접근한다면 공조를 취할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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