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쌓여 온 반도체 유통업계의 노하우가 반도체 설계 전문(팹리스) 업계로 전파돼,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독특한 성공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팹리스업체들은 △유통 업체의 연구소 분사-신생 팹리스 탄생 △유통업체와 팹리스 업체의 마케팅 공조 △ 유통업체가 팹리스에 투자라는 크게 3가지 형태를 통해 유통업체들의 노하우를 전수 받고 있다.
반도체 유통업체들은 국내에서 반도체 시장이 형성될 초기부터 사업을 벌여왔기 때문에 시장 흐름에 대한 판단이 빠르고 위기 관리에 강하다. 또한 현금보유량이 많아 안정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어, 유통업체들의 노하우 전수가 태동기를 지난 팹리스 산업에 하나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유통 업체들의 노하우가 가장 강력하게 팹리스로 전달되는 방식은 유통업체의 연구소가 분사해 팹리스를 설립하는 방식이다. 반도체 유통 업체들은 단순 유통에서 벗어나 자체 제품 확보를 위해 연구소를 설립해 자체 반도체를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이들이 전문화하는 과정에서 신생 팹리스로 분사했다.
젠코아와 동운인터내셔널이 각자 자체 연구소를 분사해 코아리버와 동운아나텍을 설립했으며, 기존 고객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이들은 설립 첫 해부터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김동철 동운인터내셔널 사장은 “유통업체에서 분사한 팹리스는 시장 요구를 정확하게 읽어내, 고속 성장을 기대해 볼 만하다” 며 “해외에 의존해온 제품 중 국산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제품을 개발하기 때문에 전자 산업 전체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마케팅 공조는 유통업체가 팹리스에 노하우를 전달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방식이다. 반도체 설계만을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는 기술력은 있어도 마케팅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으며 유통업체와의 공조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유니퀘스트가 인티그런트와 레이디오펄스 등의 중국 마케팅을 돕고 있으며, 삼테크도 마케팅 공조를 기본으로 여러 팹리스와의 협력을 추진 중이다.
투자 모델은 팹리스 업체가 기술개발을 원활히 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과 동시에 팹리스가 가장 선호하는 협력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유통업체의 경우 자금력 뿐 아니라 구매파워까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반도체 등을 유통하는 신방일렉트로닉스는 오리온테크에 투자를 해 주요 주주가 됐으며, 또 한편에서는 오리온테크에 기술 개발을 맡기는 고객이 됐다. 신방일렉트로닉스는 유통망을 구축하며 쌓아 놓은 인맥을 바탕으로 고객과 다리를 놓기도 하며 오리온테크 사업확대에 기여하기도 했다.
박수환 신방일렉트로닉스 사장은 “유통업체들의 생명은 시장 예측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것이 개발만 중시해온 팹리스에 전파되는 것은 팹리스 산업을 보다 튼튼한 구조로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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