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계에 숨은 무술고수가 등장했다. ‘정무문’ 시리즈로 모바일 격투 장르에 큰 획을 그었던 픽토소프트의 기획팀 한동훈씨가 바로 그다. 검도·태권도·유도 등 각종 무술 합이 18단이나 되는 그는 말 그대로 진정한 무술인.
이러한 특이한 경력 때문에 그는 한 때 드라마에서 무술지도를 했으며 현재도 전통권법을 전수하는 사범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그가 이제 영역을 바꿔 모바일 격투게임에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나섰다.
무술 고수인 그가 게임계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은 3년 전 한 지인의 권유 때문이었다. “제가 아는 한 형님이 갑작스레 꿈 공장에서 일해보지 않겠냐고 하시는 거예요. 처음엔 무슨 소린가 했죠. 막상 이 일을 시작하고 나니 제가 그리던 이상에 가장 가까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죠.” 그는 새로운 분야에서의 창작욕에 불타고 있었다.그에게는 무술사범, 게임 기획자 외에 또 다른 명함이 하나 더 있다. 작가라는 명함이다. 원래 잡지사에서 일하며 글을 썼고 이것을 기회삼아 소설과 수필을 쓰게 된 것이다. 이 후 인터넷에서 작가로 활동하며 창작의 기쁨을 맛보았다고 한다.
“제가 쓴 글을 보고 웃고 우는 이가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이런 그에게 게임은 또 다른 창작욕을 자극하는 새로운 미 개척지로 매력있게 다가섰다.
“게임이란 것은 내러티브를 가지면서도 그래픽,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를 불어넣어야만 생명력을 가지는 종합엔터테인먼트 잖아요. 때문에 형님의 권유를 받자마자 두말 않고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는 마음을 정한 후 바로 보고소프트에 입사해 기획에서 마케팅까지 게임개발의 모든 것을 차근 차근 배워나갔다. 그리고 자신이 머릿 속에 그린 작품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픽토소프트로 둥지를 옮겼다. 격투게임을 잘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픽토소프트는 그가 가진 상상의 나래를 펴기에 더 없이 훌룡한 곳이었기 때문이다.현재 그가 개발하고 있는 작품은 감성 액션이라는 독특한 장르다. 화려한 액션뿐 아니라 유·불·선의 심오한 사상이 녹아있는 작품을 지향하고 있는 ‘만귀토벌전’이 그 것. 그는 사학과에 재학하며 동양사상과 민속학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이러한 점이 방대한 세계관을 가진 ‘만귀토벌전’을 기획하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무술처럼 동기가 뚜렷한 것이 없습니다. 싸우는 것은 살아남기 위한 기본적인 생존본능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고 자신에게 소중한 무엇을 지키기 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후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만귀토벌전’은 이러한 그의 사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그는 “연약한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는 스토리를 가진 이 작품은 여성의 선에서 나오는 물흐르는 듯한 동작으로 액션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 때문에 그는 요즘 픽토소프트의 모션픽쳐로 활동하고 있다. 동양의 아름다운 무술 동작을 직접 볼 기회가 없었던 디자이너들에게 직접 품세를 시연하는 것. “가끔 디자이너들이 동작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제게 옵니다. 그러면 저는 그 동작을 직접 시연하고 디자이너는 그것을 카메라에 담지요. 또 검의 동선을 잘 모르겠다고 하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볼펜으로 계속해서 동선을 시연하기도 합니다.”그는 감동을 주는 액션게임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단순 재미보다는 ‘액션에도 감동이 있구나’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작품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무엇이든 궁극에 이르면 아름다워지는 법이거든요.” 때문에 그는 강렬한 액션을 만드는 것보다 시나브로 다가오는 잔잔한 감동을 만드는데 더욱 주력하고 있었다.
“‘만귀토벌전’도 이러한 잔잔한 감동과 액션이 잘 어울어진 작품입니다. 액션과 스토리의 오묘한 합주가 있는 ‘만귀토벌전’ 많이 기대해 주세요.”
그에게 있어 무술은 인생의 동반자다. 지켜나가고 싶은 여러가지 것들을 보호해 주고 더욱 발전된 그 자신을 만들어 주는 친구이자 도구인 셈이다. “무술에는 ‘꾸준히 연습한 사람이 정직한 기술을 연마할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정직한 게임개발 기술을 몸에 익히고 감동을 주는 작품을 완성하는 개발자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김명근기자 diony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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